행상, 지나가는 차량, 각종 소음이 마구 덤벼드는 교실에서 꽉 짜여진 계획에 따라 한 주간 정신없이 생활하다 보면 봄이 왔는지도 모르고 새로운 계절의 감흥없이 지나다 자모원「성지학교」야간수업을 하러 가는 날이다.
혼잡한 도심을 가까스로 빠져나가 새로 포장된 까만 국제공항 도로를 질주못해 자모원 입구 도로로 들어서니 산밑 굽어진 논두렁에서부터 고갯길에는 조팝나무가 하얗게 피어 고행길 같이 차분한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한동안 평지를 달리다 다시 고된 산등성이를 넘어 자모원 입구에 이른다.
자모원에서 농사지은 풋고추로 된장을 찍어 식사를 하니 식사에 대한 감사와「일용할 양식」의 기도를 깨닫는 듯하다. 신부님께서는 아기들 목마를 태워주어가며 자모원 가족들과 오늘에 한일을 일일이 점검하고 다시 계획한다. 거동이 불편한 가족들에게 식사를 날라주는 수사님, 아기를 끌어안고 우유를 먹이거나 밥을 먹이는 수녀님. 식사시간이 저마다 바쁘게 움직인다.
교실에 들어가니 학생들이 거의 다 집에 가고, 두명만 나와 있었다. 주모경을 바치고 아무리 큰 목소리로 수업을 하여도 꾸벅 꾸벅 졸기만 한다. 폭소의 유머로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졸기만 하는데 맥이 탁 풀리고 힘이 쭉 빠진다. 『어려운 공부는 왜 하느냐?』는 갑작스런 질문이 튀어 나왔다. 한참 망설이다가『행복하게 살려고 공부한다』고 얼버무렸더니, 학생들이 나의 답변에 만족하지 못하고 수업을 마쳤다. 다음주는 모든 학생들이 성서학교에 모이게 되길 원하며 기도를 바쳤다.
어지간한 어둠속에서도 잘 보이는 하얀 차가 보이지 않는 피곤 탓인지 다른 언덕길로 향하는 것을 수녀님이 손전등을 밝혀 바른 길로 배웅한다. 자모원 앞 무논에서는 개구리가 열렬히 울어 다음 주 수업을 빼먹지 못하게 안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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