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적상 신자수 5천명 인 한 본당의 주일미사 참례자가 토요특전미사를 포함해 6대의 미사에 1천2백여 명 남짓 뿐이다. 냉담자수를 고려하더라도 전체 신자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이다. 한두 번 주일미사를 빠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냉담자가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지난 7일 발표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서 「주님의 날(Dies Domini)」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대한 깊은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교회를 대상으로 발표한 교서이지만 한국 교회의 상황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교황은 교서에서 「주님의 날」로서의 주일이 단지 일을 쉬고 여가를 즐기는 주말의 한 부분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늘날 세속하된 사회안에서, 여가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과거에 비해 풍요로워졌다. 교황은 이처럼 상대적으로 넉넉한 생활환경과 여건이 인간 생활에 유익함을 인정하지만 주일 본연의 의미를 상실하지 않도록 당부한다.
주일 본연의 의미란 「거룩하게 지내는 것」이다. 신자들은 중대한 장애가 없는 한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 사업을 기념하고 경축하는 주일미사에 참례할 의무가 있다. 여기에서 특별히 기억해야 할 것은 주일미사 참례를 휴식과 여가활동을 방해하는 형식적 의무 조항으로 여길 때 주일의 거룩함은 그 의미를 잃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주일을 맞을 때마다 미사 전례에 대한 기꺼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며 성체를 모실 합당한 준비를 해야 한다.
교황은 그러나 단지 주일미사 참례의무를 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주일의 거룩함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주일 전체를 그리스도교 본연의 거룩한 날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간 남짓한 주일미사에 마치 한끼 식사하듯, 출근부에 도장찍듯 서둘러 참례하고 성당 문을 나서자 마자 일상으로 돌아갈 주일의 의미를 까맣게 잊는다면 그것이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주일을 지내는 자세는 아닐 것이다.
주일 전체를 거룩하게 보내는 것은 더 나아가 우리 일상을 거룩하게 변화시키는 바탕이 될 수 있다. 성체성사의 참 의미를 우리 삶 안에서 되새기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일을 거룩하게 보내라는 교황의 메시지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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