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세계를 제패한 박세리양의 골프 등 각종 운동경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에너지와 삶의 활력을 준다.
내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운동경기가 하나 있다. 1992년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따던 그날을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원형 경기장을 꽉 메운 사람들은 황영조 선수가 맨 먼저 도착했을 때 모두 일어나서 박수갈채로 환영했다. 그 뒤에 들어오는 선수에게도 박수를 보냈고 마지막에 도착한 선수에게는 더 큰 박수로 환영했다. 그 기쁨은 처음 도착한 선수가 우리나라 사람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 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온 마지막 선수에게 더욱 마음이 갔었고, 그 감동의 순간 우리 삶이 마라톤과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늘나라를 향해 달리는 우리의 삶이….
마라톤 선수가 목이 마르다고 물이 있는 곳에서 멈추어 쉬지 않듯이, 우리도 삶 속에서 행복한 순간, 고통의 순간, 유혹의 순간 앞에 멈추지 않고 지나간다. 마침내 하늘나라 원형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기다리고 있던 많은 성인성녀들이 일어나 환영해 주며, 하느님께서 친히 달려나와 월계관을 씌워주시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승자와 패자가 있는 마라톤 경기와 달리 우리 인생은 성실하게 달려왔다는 그 이유 하나로 하느님의 환영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IMF로 삶이 건조하고 힘에 겨운 이때, 삶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서로가 힘이 되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따뜻한 사랑을 나눌수 있는 곳에는 늘 희망이 있고, 끝까지 달려갈 에너지가 있다.
나 혼자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삶의 마라톤을 달려가기 위해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삶의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니 우리의 목적지가 있는 그곳을 향해 함께 가는데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쉬지 않고 먼길을 달릴 수 있는 힘과 에너지가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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