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도자들 : 새로운 연대 안에 순례하는 여정에서 하나의 선택적 미래를 건설하는 이들』
이글은 98년 5월 3~7일 로마에서 열린 여자수도회 총원장들의 국제연합회 전체회의 (Planary Meeting)주제이다.
대희년인 2000년을 앞두고 성령의 해를 지내며 정체성의 실존적 확립을 갈망하는 전 세계의 100만명 수녀들이 성령의 은총 안에 결속을 다지는 회의였다.
제2의 성령강림으로 알려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30여년간 수도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온 축성생활 쇄신의 노력과 그 결과를 1994년 세계 주교대의원회의에서 주제로 다룬 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문헌 「봉헌생활」에 집약해 놓았다.
이제 그 실천적 삶으로 실존적인 대변모를 이루어야 하는 수도자들의 소명과 사명을 새롭게 하기 위하여는 모두가 하나로 결속되는 「연대함」의 영성이 그 힘이요 바탕이 될 것임을 확인하고 그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회의였다.
글자 그대로 「어떻게 3천년기 새 복음화 사명을 위해 투신하는 수도자 대열에서 낙오없이 함께 할 수 있을까」
교회의 딸들로서 교회 안에 친교를 이루는 하나 됨, 한마음으로 한몸을 이루고 순례하는 교회의 길에 함께 하기 위하여 어떻게 100만명 수녀들이 모두 서로 손을 힘차게 잡을 수 있을까. 또한 모든 여성들, 특히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갈 수 있을까.
「대화는 사랑의 새로운 이름」(봉헌생활 74)이라고 한다. 전세계 오대륙에 흩어져 있는 수도자들이 한 마음으로 새 복음화에 투신하기 위하여 필요한 대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번 회의중 새롭게 명백하게 거듭 거듭 떠오른 말이 있다. 그것은 「축성생활의 지도가 바뀐다」는 것이다.
3천년기에 축성생활의 지도가 바뀐다는 것은 로마를 중심으로 서구에서 꽃피고 주도적 역할을 하며 전 세계의 복음화를 위해 투신해 온 축성생활, 이제 지리적으로 그 중심지가 옮겨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총원장 수녀의 수는 정확히 711명(아프리카 75명, 남북 아메리카 122명, 유럽 448명, 호주ㆍ대서양 14명, 아시아 52명)이었다. 아시아에서 참석한 52명 중에 한국에서는 극동(대만, 일본, 홍콩, 한국)4개국 대표인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박성옥 수녀와 한국의 총원장 수녀들을 대표한 나와 두 사람이었다.
유럽과 남북미 대륙에서 참석한 570명의 대표들, 그들이 축성생활의 지도가 바뀐다는 것을 의식하며 현재와 미래를 열린 마음으로 힘겹게 준비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52명의 아시아 대표와 75명의 아프리카 대표들은 각기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인구 최대의 중국대륙의 복음화를 위해, 북한선교를 위해 그 중에 누가 중심 역할을 해야 하는가?. 분명 아시아 주교대의원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중심 과제로 떠올랐을 것이다. 교회의 사명에도 지도는 바뀌고 있지 않는가?.
『가난한 이의 우선 선택』쪽에 축성생활의 예언직 사명 수행의 초점을 맞추는 21세기의 순례 행렬에서 아시아 수녀들, 특히 한국의 수녀들은 어느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가?.
수녀회 총원장들의 국제연합회 회의에서 선언문 형식의 결의문(아래 상자기사)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주 간결한 선언문 하나를 내는데 긴 시간 숙고하며 산고를 겪는 모습은 우리 아시아 수녀에게는 퍽 낯선 광경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그러나 만장일치로 결의된 선언문이기 때문에 이것은 글자 그대로 확실한 선언이며 약속이다.
앞으로 전 세계에서 100만 수녀들이 한 마음으로 이 일을 위한 기도와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투신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7백명 동료 수녀들과 함께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과 사명을 다하기 위해 『우리의 「변모」는 얼마나 철저하게 실존적이어야 하는가?』를 개인과 공동체의 화두로 삼고 21세기의 새 복음화 사명에 임해야 하겠다.
2천년 대희년과 3천년대 복음화에 온 마음과 몸을 바칠 100만 수녀들의 대열에 낙오없이 함께 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이곳 저곳에서 이어질 국제적 대화의 장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세계를 하나로 좁히는 정보화시대」에서 참으로 인격적 만남을 통한 친교와 일치는 하느님 나라의 특은이며 표지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이 이번 전체회의와 총회(1998, 5, 7~10)에 참석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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