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를 찾아와 올바르게 살고 싶다던 ○○. 집을 나온 너를 위해 여러 곳에 전화를 넣어 보금자리를 마련했었지. 그러나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넌 어느새 또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어느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또 멀리 청주까지 내려가 집으로 데려왔던 △△이. 네 모든 잘못을 용서하고 그토록 지극한 정성을 보였건만 너 역시 사라지고 말았다. 그날 밤 난 배신감과 걱정에 싸여 잠을 통 이룰 수가 없었단다. 창문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난 수심 가득히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단다.
사제로 살다보면 남들이 살아가는 얘기를 많이 듣게 마련이다. 때론 그들의 삶의 실제적인 모습과도 조우할 때도 있게 된다. 물론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해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그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짐들도 많다. 그분께서는 「수고하고 짐을 진 여러분은 모두 내게로 오시오. 그러면 내가 여러분을 쉬게 하겠습니다」(마태 11, 28)라고 하셨는데 난 어떻게 그 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인가? 나눠 질 수 없는 짐이 늘 안타까움으로 남을 뿐이다.
그들이 내게 올 때처럼 아직도 큰 짐을 진 채 무거운 어깨로 되돌아 가는 모습을 볼때면 그저 안타까움과 무력감이 밀물처럼 밀려든다. 진정 한 사람도 구원하지 못하는 터에 만인의 구원이라? 글쎄… 얼마나 힘있는 이야기일까?
답답한 가슴을 안은 채 선배를 찾았다.
『그래~, 내 생각엔 우리 한 사람도 구원하지 못할 것 같애. 구원은 그분의 것이잖아. 우린 단지 예수님의 살아있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여주는 것일 수밖에…』
『예수님 모습 보여주기』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예수님 보여주기」가 아닐까? 가난하지만 구차하지 않은, 실패하였지만 끝까지 사랑하는… 짐 진 자들이 내 슬픔을 보고 예수님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내 수심을 보고 등짐을 가벼이 여길 수 있다면 거기에 사제의 보람이 있지 않을까?
오늘 난 실패와 실망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짐 진 자들이 나에게로 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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