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지내는 진정한 뜻은 분단의 상처를 교회적 방법으로 치유하고 궁극적으로는 민족적 화해와 일치를 가져오는데 그 몫을 다 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교회가 북녘의 동포들을 교회적 관심안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한국 천주교 200주년의 해인 1984년 전후가 될 것이다. 그전까지는 명백하고 확고한 냉전논리와 정치적 명분,그리고 교회를 초토화 당한 천주교회의 입장에서 북녘은 대다수 인민과 정권책임자 구분없이 단지 미움의 대상이고 저주의 대상일 뿐이었다.
북한선교위원회의 오랜 노력, 그리고 민족화해위원회의 탄생은 북한을 향해 고착된 이같은 생각들을 교회의 정신안에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주었음이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최근 민족화해위원회 위원 일행의 방북 사건은 한마디로 민족의 화해, 나아가 통일에 있어 교회가 맡아야 할 몫을 전향적으로 이행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해 볼수가 있다.
터부시되어온 북녘문제, 더구나 양식을 제공하는 구체적 활동으로까지의 발전은 우리의 인식과 노력여하에 따라 대(對) 북 문제는 보다 손쉽게 풀려나갈수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최근 북한 문제에 대한 신자들의 인지도와 참여도를 묻는 본보 조사 결과는 교회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91%의 신자들이 민족화해와 통일운동에 대해 교회가 참여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ㆍ참여도는 40%에 못미치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한국교회의 대북 인지와 지원의 성장세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적 징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IMF 라는 최대의 경제위기를 온 몸으로 겪으면서도 현재 북한 동포와의 나눔에 대한 관심과 활동은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교회가 기회를 주고 자리를 마련하면 즉 동기만 부여하면 우리 신자들은 언제라도 사랑을 나눌 준비태세가 마련돼 있다는 얘기다.
분단의 아픔이 시작된지 53주년에 맞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에 교회는 먼저 배고픈 형제 자매들과 한끼의 밥과 국수를 나누는, 아주 쉬운일부터 우리 모든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도해보면 어떨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구체적 노력은 정부는 정부대로 관계부처는 또 그들대로 그리고 교회와 민간단체들은 그들 나름대로 따로의 몫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인지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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