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마무리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천년기로 넘어가는 대전환기에다 대희년을 앞두고서 우리 민족은 남과 북 모두가 국가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는 이 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신앙의 눈과 역사의식을 지녀야 한다. 특히 시대의 징표를 복음의 빛으로 밝혀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교회는 민족이 처한 현실에 담겨진 하느님의 뜻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교회는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민족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새롭게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한다. 그것이 희년의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다. 교회가 이 시대에 져야 할 십자가는 단죄의 십자가가 아니라 참회의 십자가다. 교회는 지난날 일제에 자의반 타의반 동조하여 민족의 아픔에 함께 하지 못했던 교회 지도층의 부끄러운 과거와 함께 해방 후 일정기간 반공주의에 휩싸여 북한을 맹목적으로 악마시해 몰아붙이며 분단고착에 일조하진 않았는지 냉철히 자신을 되볼아 보며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
이제 분단문제 곧 통일문제는 싫든 좋든 우리 세대가 안게 되었다. 성서에 「심는 자 따로 거두는 자 따로」라 했듯이 역사는 시간을 타고 흐르는 까닭에 결국 산 자들의 몫이 되고 만다.
대희년을 앞두고 맞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만민의 아버지로 만물 위에 계시고 만물을 꿰뚫어 계시며 만물 안에 계시면서 역사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경륜 앞에 깨어 기도해야 할 뜻 깊은 시간이다.
「마라나타, 주여 오소서!」그 마음으로 우리 모두 통일을 노래하는 희년의 공동체 정신으로 역사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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