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체제 여섯 달이 지난 현재 실업자 수는 1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LF형 이혼이 증가하고 개인과 가족 동반 자살자 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앞지르고 있고 이산가족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이를 극복하는 대책 제시는 없고 어두운 보도만 무성하다.
IMF관리 체제를 초래한 원인으로 정부와 재벌, 금융의 공동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부 경제학자와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정부ㆍ재벌ㆍ금융의 3각 관계의 정경유착이 주범이라는 지적이 있고, IMF 캉드쉬 총재는 이 삼자가 근친상간을 한 결과라고 논평을 한 바 있다.
경제 대란의 근본책임은?
그러나 가장 근론적인 원인은 편중된 인사 정책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혈연ㆍ지연ㆍ학연에 의한 끼리끼리 인사 문화의 병폐에서 온 것이다. 「끼리끼리」인사 형태는 문제 해결을 위한 활발한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병폐를 낳는다. 이는 결국 정실인사로 흘러 유능한 인재들의 설 땅이 좁아지면서 비판과 견제 기능이 소멸되고 조직력이 대폭 약화된다. 또한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진다. IMF관리체제를 초래한 요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생물 시간에 잡종강세를 배웠다. 가까운 혈통끼리의 교배는 열성 유전자끼리의 상승 작용으로 인해 열등한 형질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원거리 교배 또는 다른 품종 간에 교배를 시키면 우성 유전 인자가 강세로 나타나 우수한 형질을 후손에게 물려주게 되는데 이것이 잡종강세이다.
우리나라의 식량 증산에 큰 기여를 했던 통일벼도 이 잡종강세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남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인디카 타입과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포니카 타입을 원거리 교배함으로써 잡종강세가 일어나게 한 것이다.
이 잡종강세의 현상은 동식물에서뿐만 아니라 인간 세계의 문화 사회 교육 등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세계사에서 보면 두 가지 이상의 다른 문화가 전쟁 등으로 인해 뒤섞일 때 새로운 또 하나의 다른 문화가 잉태한 예가 있다. 십자군의 원정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가 뒤섞여 꽃을 피웠던 사라센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에서는 교수를 신규로 채용할 때 같은 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취득한 사람은 피하고 현직 교수들의 출신교와도 중복되지 않게 하고 있다. 이런 조치는 학문의 근친 교배로 인한 열등학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배려인 것이다. 또한 학계, 산업계, 정부의 인사를 함에 있어 활발한 횡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혈연ㆍ지연ㆍ학연에 의한 종적 인사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 지연과 학연에 의한 정부의 인사와 대학 교수의 채용, 그리고 재벌 그룹 등의 인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것은 인사의 근친 교배로써 우리나라 각 부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리품은 승자만의 것?
필자가 전국을 돌아다녀 본 바, 지역마다 기후, 말씨, 음식 맛, 생활 풍습, 노랫말과 가락이 다르고 따라서 사고의 틀이 다름을 체험했다. 지역과 출신 학교를 배려한 고른 인재 등용, 전국토의 균형 발전, 지역 간의 인적ㆍ물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잡종강세 현상이 일어나 국가 경쟁력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국민의 정부」인사를 예의 주시해 왔다. 처음 정부 인사를 했을 때 과거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 지역 안배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으나 정부의 산하단체 인사에 이르러 특정 지역 편중 인사가 점증되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고, 특정 대학 출신이 많이 등용된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전리품은 승자의 것이라는 사고가 작용하면 안 된다.
고른 인재 등용은 언제?
향후 인사에서는 전국적으로 지역과 출신 학교를 배려한 고른 인재 등용을 해야 한다. 그래야 횡적 교류가 이루어져 동서 화합과 국론 통일을 이룰 수 있고 국가의 에너지를 한 데 모을 수 있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이 한 층 높아져 통일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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