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청에서 지성인 교리반이 있다고 하여 나가보았다. 신부님의 교리교육이 끝나면 교리반원들이 모여 1주일간 생활하는 가운데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 대화의 광장을 마련하였다.
처음에는 아무런 고민이 없는 듯 모두가 상대방 얼굴만 쳐다 보았다. 슈퍼에서 무, 오이, 당근같은 야채를 사다 소주, 맥주를 한 잔씩 마시며 대화를 시작하였다. 교리반원들은 아무 맥주나 마시는데 신부님께서는 여러잔이 나오는 큰병의 ㅋ맥주만 마시어 ㅋ맥주가 있는 슈퍼를 이곳저곳 찾기도 하였다. 신부님께 ㅋ맥주만 드시는 이유를 들어보면 다른 맥주는 설사가 나는데 ㅋ맥주는 순하고 아무리 마셔도 설사가 나는 일이 없다고 하시어 교리반원들도 ㅋ맥주만 들게 입맛이 변하였다.
교리반원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부도, 이혼, 고부간 갈등, 배우자의 성격차이, 자녀교육 문제 등 크고 작은 고민이 저마다 가득히 숨어 있었다. 고민을 털어놓아 보아야 당장 뾰족한 해결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슴속에 숨겼던 답답한 이야기를 꺼내어 잠깐만이라도 밝고 속이 시원한 얼굴 표정이었다. 술잔이 오고가면 신부님께서는 으례 조영남의 「제비」를 열창하시었다. 제비노래를 듣고나면 교리반원들은 감동이 가득하여 다음주에는 무언가 일이 잘 풀릴것 같은 실가닥 같은 희망과 자신감이 저마다 마음속에 서리었다.
신부님께서 맥주를 따라주시어 받아마시고 반배로 권해드리고 나니 교리반원들이 모두 낄낄대며 웃는 것이었다. 어떤 실수가 있나? 두리번거리니 고추장 그릇대신 인주갑에 무를 찍어 먹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 자리에서 「인주갑」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신부님께서는 고추장 그릇이나 인주갑도 하느님께서 다 필요로 하신다고 기쁘게 영세를 주시었다. 영세받을 때의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께 늘 감사하며 복음을 전파하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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