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학교 학생이 학교에서 시험을 쳤다. 많은 문제 가운데 「해는 어디에서 뜨나?」라는 질문에 「해는 우리 앞집 지붕 위에서 뜬다」라고 썼다. 그래서 그 어린이는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 위의 질문에서 정답은 「동쪽에서 뜬다」가 맞는 만큼 그 어린이가 틀린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어떻게 해서 해가 동쪽에서 뜨는가?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동쪽은 어디에 있나? 동쪽이란 보이지 않는 선이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들은 해가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진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가 동쪽에 있다 해서 동대문이라 부르는 동대문은 내가 위치한 자리에 따라 서쪽도, 북쪽도, 남쪽도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같은 허구의 약속을 삶의 기반으로 규정지어 놓고,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직 그것만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제 우리는 이같은 맥락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 세계를 살펴야겠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가 믿고 의지한 것들이 과연 얼마나 올발랐나? 지금까지 자신이 믿고 의지한 것들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의심해 본 일은 있는가?
인간이 쌓아 올리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구조와 벽, 허구를 허무는 것이 바로 신앙생활이다. 그러므로 이같은 구조와 벽, 고정된 관념으로부터의 허구를 허물지 않고서는 절대 하느님을 만날 수 없다.
우리들의 믿음이 동쪽과 같은, 존재하지 않는 하느님을 찾는다면 그 안에서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하느님은 모든 것을 감추고 은폐할 뿐 아니라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끈다.
세상 사람들, 해는 우리 앞집 지붕 위에서 뜬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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