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형폐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사형제도 폐지 국제조약 비준을 위한 포럼 90(이하 포럼90)’과 사형폐지를 위한 교토의 시민단체 ‘닌징모임’(‘인간모임’이란 뜻)이 6월 19~20일 일본 도쿄와 교토에서 박병식 교수(유스티노·동국대 법학과)와 고정원씨(루치아노·유영철 연쇄살인 피해자 가족)를 강사로 초청해 사형폐지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포럼90’은 6월 20일 오후 1시30분 도쿄 분쿄쿠 구민센터에서 ‘사형제도와 재판원제도’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사형을 판결하는 재판에는 재판원제도가 적용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닌징모임’은 6월 19일 저녁 6시30분 교토 오타니부인회관에서 ‘피해자 가족은 진정 사형제도를 바라는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고정원씨의 입을 통해 한국의 범죄피해자 가족의 현황에 대해 듣는 등 범죄피해자 가족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최근 일본은 ▲2009년부터 일본 내 재판원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법’이 아닌 ‘사람’이 감정에 치우쳐 사형을 선고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 ▲2008년 15명의 사형집행을 강행하는 등 최근 일본의 사형집행 행보가 강경해졌다는 점 ▲일본 내 범죄피해자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 등에서 사형폐지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주최측은 일본 내 사형폐지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 지난 1997년 12월 30일 이후 12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서의 면모를 이어오고 있는 한국의 사형폐지운동 전문가를 초청해 ‘한국의 사형제도와 범죄피해자 가족의 현황’에 대해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행사에는 사형제도 폐지에 관심이 있는 시민 400여 명(교토 100명, 도쿄 300명)이 직접 500엔(5000원 상당) 상당의 티켓을 구입해 심포지엄에 참가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이번 심포지엄은 초창기 일본으로부터 사형폐지운동에 대해 배웠던 한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가’가 돼 사형폐지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강단에 섰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강사로 초청된 박병식 교수는 “한국의 사형폐지운동의 출발점에는 종교가 있었고, 그 운동의 명맥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역시 종교의 힘이 크다”면서 “그 중 특히 김수환 추기경을 주축으로 활동했던 가톨릭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종신형에 관한 법안’이 이전의 법안보다 불리해졌고, 최근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이 생겨나면서 사형집행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한국도 언제 사형집행이 재개될지 예측할 수 없다”며 “그러나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사형폐지를 향한 국제사회의 흐름이 있으므로 사형집행의 재개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정원씨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이영우 신부님과 함께 살해피해자 가족모임을 하며 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덜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용서는 상상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것뿐이지 사람이 하지 못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박 교수와 고정원씨를 비롯해 이영우 신부(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작가 공지영씨가 참가했으며, 「희망여행」의 작가 사카가미 가오리씨도 자리해 청중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