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내에서 처음으로 김모 할머니를 대상으로 이뤄진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실제 김모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 시행 후 일선 병원에서는 중환자의 치료 중단 요구가 빗발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례와 같이 연명치료를 중단한 뒤 환자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와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
이번 사례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연명 치료 중단 결정이 얼마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시행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즉, 치료 중단을 위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준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행 기관별로 내부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에 의한 것이라 보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문제의 소지도 안고 있다.
이번 사례를 볼 때 인공호흡기 제거에 따른 환자의 생사여부에만 과도하게 주목하는 분위기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법원의 판결은 죽음을 앞둔 환자가 어떻게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취지를 두고 있으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또한 의료집착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자연스러운 임종과정으로 접어들 수 있도록 하는 단계의 하나로 결정된 것이다. 이후 자연스럽게 생존하는 것은 인간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치료중단에 대한 가족들의 추정동의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갈린다. 환자의 자율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환자가 치료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 환자 스스로 죽음을 앞당기거나, 죽음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되어선 안 된다. 단순히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자살 방조가 될 수도 있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차원에서 교회도 찬성하고 있다. 연명치료 중단은 불필요한 의료집착적 행위를 포기하는 것으로서 환자가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삶의 실존으로 받아들이고 죽음을 잘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처럼 일반적으로 쓰이는 ‘존엄사’라는 말은 ‘안락사’를 미화하거나 소극적?적극적 안락사를 포함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3개 의료단체로 구성된 ‘연명치료 중단지침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최근 모임을 열어 9월 초까지 이와 관련한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기준은 마련돼야 하지만 의료계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이 함께하는 사회적 합의와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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