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북한의 핵무기 문제 등 다른 주요 소식들 때문에 중요한 발표 하나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즉, 지난 5월 21일에 세계보건기구(WHO)가 2007년 통계에 근거하여 발표한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평균 1.2명으로 193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다. 지난 20년 동안 출산율이 계속 감소되어 1990년대는 1.6명이었고, 2000년 들어와서는 1.4명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저조한 출산율은 국가를 위기로 몰아간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날이 갈수록 출산율은 더 떨어지지만,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2009년에 태어난 아기들이 성인이 될 때면 대한민국의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고, 2100년이 되면 오늘날의 3분의 1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
여자들에게 무턱대고 아기를 더 낳으라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한국인이 아기를 안 낳는 것은 한 마디로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교육비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젊은 부부가 두 아이 이상을 키우는 것은 엄청난 고강도 노동이고, 사치스런 욕심인 것 같다.
현재 법은 맞벌이 부부에게 출산 뒤 어느 정도는 양육을 보장하지만, 특히 여성이 직장에 복귀한 뒤 아기를 믿고 맡길만한 보육시설은 드물고, 조부모나 친척들에게 부탁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는데다 이 역시 비용이 든다. 젊은 부부가 귀가하면 집안의 허드렛일이 남아 있는데, 이런 일은 대개 아내에게 주어져 여성들이 혼인, 출산, 육아를 두려워하고 슈퍼우먼이나 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아프리카 속담을 따라 저술한 책 이름인 「아이를 기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그대로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젊은 여성들에게 마을이 되어야 할 대가족제도는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온 사회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회 여러 분야에 적절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직장생활 분위기가 가정생활을 키우는 노동환경을 회사들이 만들어야 한다. 특히 대기업을 비롯한 회사들이 운영하는 보육과 탁아 시설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지만, 생산성은 높지 않다. 습관적으로 잔업을 시키기보다 직장생활 분위기가 가정생활을 키우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창의력과 생산력뿐 아니라, 아기를 잘 양육하고 부모 역할을 더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퇴근 뒤 회사가 자주 의무로 요구하는 회식은 지난 유산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사교육비는 GDP의 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0.8%의 3.6배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해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박탈한다. 학원에서 강사에게 교육받는 것은 무력경쟁이다. 부모들이 재력을 다 동원하여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 다른 아이들을 물리치고 잘살게 해 주려는 악순환에 빠졌다. 학원 강사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지만, 그저 돈을 벌기 위하여 하는 것 뿐이다.
노동자와 평범한 직원들의 자녀들이 비싼 사교육을 받기 위하여 애쓰는 대신 좋은 교육에는 소외된다. 더구나 학교에서 교사들이 자기 탓이나 사회 탓 때문에 소신껏 열심히 가르치기 어렵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긴 시간 동안 암기에 자신의 힘을 소진하여 창의력과 대인관계기술을 기를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다.
나라의 큰 재앙인 인구감소를 막는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복지정책은 가족과 가족생활을 키우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아기를 낳는 가족에게 세금감면 혜택과 함께 양육에 매진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보육과 탁아 시설을 제공하는 회사들에게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노동법에서 가정생활을 촉진하는 시간표를 장려하며,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임금도 보장하여야 한다. 이런 면에서 지금의 비정규직 제도는 공동선에 비추어 마땅히 없어져야 한다.
끝으로 너무나 단순하게 이 문제를 지적하고 만다는 사실을 알지만, 우리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은 생명을 존중하고, 혼인생활의 긍정적인 면을 재인식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낙태에 의한 후유증을 막을 수 있는 올바른 노동법을 지지하고 미혼모들이 생길 때 이들을 교회로 불러 물질적?영적으로 도와주면서 그들의 아기들을 모두 함께 키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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