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택시다. 택시를 타면 편안하다. 하지만 지갑이 두둑해야 한다. 가는 만큼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거리가 멀면 멀수록 지불 비용은 더 커진다. 결혼처럼 역설적인 것도 드물다. 결혼생활은 편안하지만 그만큼 힘들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의 비유(마태 25,1-13)를 비유가 아닌 직설법으로 듣는다면, 결혼은 참으로 수고로운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동화 속 왕자와 공주를 꿈꾼다. 최고의 결혼 상대자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을 희망한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래의 세 가지 조건만 맞는다면 그 누구와 결혼해도 행복할 수 있다.
첫 번째 조건. 진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것이 진리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결혼은 ‘너’를 잘 만나야 한다. 결혼을 잘하기 위해선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누구나 결혼할 때는 최고의 이상향을 선택하지 않느냐고? 다 알고 있는 것을 왜 말하느냐고?
그렇지 않다. 결혼 전에 상대방의 모든 것을 판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연애결혼이 중매결혼 보다 이혼율이 높다는 통계가 있다. 중매결혼의 이혼율이 낮은 것은 서로 비슷한 가정 환경에서 성장해,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연애결혼은 콩깍지의 영향이 크다. 연애결혼 후 완전히 다른 모습의 배우자를 보게 됐다는 말을 쉽게 듣는다. 인기가 성실함이나 원만한 사회성, 사회적 지지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기와 지지는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 인기 연예인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하는 이유다.
인기는 호감이고 지지는 신뢰다. A와 B는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연애결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A와 B가 같다고 혼동한다. 콩깍지 때문이다. 콩깍지를 걷어내야 한다. 호감 보다는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두 번째 조건. 남녀가 서로 상대방에게 맞춰 줄 수 있어야 한다. 아날로그 시계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힘으로 돌아간다. 결혼은 톱니가 울퉁불퉁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이다. 결혼 후 스스로를 깎고 다듬어 예쁜 톱니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한 사람은 열심히 깎고 다듬어서 멋있는 톱니를 만들었는데, 배우자가 깎는 아픔을 거부하고 삐죽한 상태로 남아있다면 시계는 돌아가지 않는다. 혼자 깎아서는 안된다. 두 명 모두 자신을 깎아야 한다. 내가 이만큼 깎으면, 상대방도 그만큼 깎아야 한다. 자신을 깎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결혼은 둘이서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조건. 마음을 비워야 한다. 배우자가 나에게 해줄 것을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결혼은 남녀가 서로, ‘저 사람은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 비로소 성사된다. 하지만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하나 밖에 없다.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은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고 했다. 어린아이처럼 이기적인 사람은 곤란하다. ‘만남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상대방에 대해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내가 노력해야 한다.
마음을 주되 마음으로 묶지는 말아야 한다. 이점에서 결혼의 성패는 ‘나’의 문제다. 배우자와 약간은 거리를 두는 것도 좋다. 대성당의 기둥은 서로 떨어져 무게를 지탱한다.
‘결혼 잘하는 법’을 쓰고 나니, 그 내용이 ‘정치생활 잘하는 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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