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조미희(아녜스·시인)씨가 아르헨티나의 오지‘차꼬’와 알바레스 병원에서 12년 동안의 소임을 다하고 2009년 6월 8일 귀국한 성가소비녀회 소속 수녀님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낸 시다.
잡았던 손을 놓을 때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은
아직 사랑해도 좋습니다
비누풍선처럼 당신의 미소가 떠다니는 공항 까페떼리아
아쉬움 한 모금씩 앞에 놓고
이별에도 메뉴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뜨거운 한 때를 살아낸 해바라기였습니다 당신은
욕심없는 색으로 옷을 지어 입고
형편대로 모양대로 상황대로 다소곳한
자연의 한 조각이었습니다
억눌린 이들의 고임돌이었습니다
입가에는 미소가 밤낮없이 상현달로 뜨고
함께 있음만으로도
수천의 영혼들이 쉼을 얻고 간 알바레스의 이 병동과 저 병동
‘기따라’(기타)와‘마떼’
착한 밥을 떠 먹이던 저녁은 짧았고
고통을 나누던 가슴은 깊었습니다
바람을 밟고 다니던 신발은 늘 닳아있어 가벼웠고
태양을 이고 다니느라 머리카락은 숨겨야 했습니다
붙박힘을 자랑하지 않는 꽃씨처럼
발걸음만 거두어 떠나는
십여 년
문명의 오지를 꽃피운 시간
사랑의 파문은 가없고
따뜻했습니다
조미희(아르헨티나 한국순교성인성당·재외동포재단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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