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그에 맞갖게 살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새 자신에게 유리하고 편하고 쉬운 삶만 찾게 되고 결국 그런 삶을 합리화하기 위해 궤변을 늘어놓으며 잘못된 길을 걷게 된다는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의 말은 두고두고 곱씹을 만하다.
자연주의자, 철학자, 반전운동가,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급진적 생태주의자 등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만큼이나 숱한 이야기 속에 살았던 니어링은 자신의 100번째 생일이 되던 해, 지상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곡기를 끊은 채 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니어링이 교수로서의 사회적 지위와 명망, 세속적인 성공 등 모든 것을 버리고 1932년 아내와 단둘이 미국 메인주 버몬트의 숲으로 들어가 1983년 자연으로 되돌아갈 때까지 보여준 삶은 내게 경이로움 이전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괴기함’ 그 자체였다. 니어링 부부가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보여준 것은 우리의 상념에 비춰볼 때 어쩌면 너무도 단순한 삶이었다. 그들은 돌을 모아 손수 집을 짓고 돌을 들어낸 자리에다 곡식을 키우며 자연 속에서 철저하게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이 폐허가 되었을 때 그는 친구의 권유로 독일 국채를 구입했는데 몇 년만에 그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 큰돈을 벌게 됐다. 하지만 니어링의 선택은 또 한 번 상식을 뒤흔들어놓는 것이었다. 그는 “이 돈은 내가 번 것이 아니다. 독일 민중의 것”이라며 국채를 난로에 던져 태워버린다. 그러면서 이윤 창출에만 매달리는 시장경제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실현하겠다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평생 고되게 단풍나무 시럽을 짜는 등 자급자족의 삶을 살았다.
이해하기 힘든 기행(奇行)으로만 비쳐지던 니어링의 삶이 어느 날 갑자기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던 건 버트란트 러셀에 견줄만한 사상가로서의 면모나 삶의 끝날까지 보여준 원칙론적 철저함도 아니었다. 그것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나아가 절망마저도 희망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삶의 모습을 실천으로 보여준데 있었다.
이런 니어링의 삶은 교회에서 말하는 ‘자발적 가난’에 맞닿아 있다. 그는 스스로 선택한 ‘가난’을 몸소 실천하며 편하지 않은 삶이 얼마나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생존에 필요한 만큼의 돈 외에 단지 부의 축적을 위해 열정과 귀중한 시간을 소모해버리는 삶이 얼마나 허망하고 어리석은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그의 삶을 보며 어쩌면 2000년 전 예수님도 니어링과 같이 하느님 나라라는 대안적 삶을 몸소 보여주시고자 인간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낮추어 오신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된다. 하지만 인류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이 바꾸고자 하셨던 세상은 당신이 씨앗을 뿌려놓으신 하느님나라에 얼마나 다가서 있는가. 어쩌면 오늘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느끼는 수많은 아픔은 온갖 진리를 꿰뚫고 계시는 예수님을 절망케 해드리지나 않을까 싶다.
하느님 말씀이나 공동체적인 가치가 아니라 자신만의 원칙에 매달려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어떠한 말도 듣지 않고 성찰도 거부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은 먼저 가난한 이들을 찾아 나섰던 예수님이나 스스로 가난을 선택한 니어링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함께 세운 것이라면 조그만 원칙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온몸으로 밀고 나가며 스스로 희망이 된 니어링의 삶이 자꾸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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