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저 저돌적인 삶이 부럽다
일직선의 신념 얼굴에 새기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저 에너지가 놀랍다
햇살 작렬하는 적도에서
세세한 것 모두 팽개치고
오직 뜨거운 심장 하나로 뛰고 있는
저 당돌한 댓쉬가 그립다
때로 꿈적않는 목표물에 당황도 했을 것이다
캄캄한 실패에 홀로 난감해 했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서면서
외로움 묵묵히 반추했을 것이다
그래도
다시 목표물 나타나면
또 새롭게 도전했을 것이다
좁은 연구실 한 켠에서
세세한 논리의 수치로
삶을 재단하고 있는 내게
그는 언제나
부러운 젊음이었다
접근할 수 없는
싱싱한 에너지였다
성묘
내 고향 산자락 양지 바른 곳
오래 전 조상들 모셔 왔었다
능선처럼
우리들 삶도 높낮이가 있는 것이어서
멀리서 보면
봉분들
굴곡있는 그 능선에
찍어둔 쉼표 같기도 하고
마침표 같기도 하고
머리 내민 의문부호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후손들 모처럼 그 앞에서
조상의 숨겨진 부호의 뜻 기리며
삶의 과정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정성 올린 음식으로 서로 음복하며
나를 있게 한 조상들 앞에서
새삼 엄숙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 줄기임을 확인하고
지난 시절 조상들이 남기고 간
보이지 않는 말씀 경청하며
경건하게 머리 숙이는 것이다
위 두 편의 시는 이정도(가롤로·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시인이 ‘문학예술’ 2009년 봄호 (제28회)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