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갖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심신의 재충전과 자기 계발에 필수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이며 기쁨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교회는 물론이고 신자들도 나름대로 의미있고 보람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적잖은 준비를 하게 된다.
성경에서도 하느님께서 세상을 지으실 때 창조사업의 하나로 휴식을 취하심으로써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 뒤 갖는 ‘쉼’의 의미와 가치를 가르치고 있다. 성경이 들려주는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진 짐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의 쉼은 단순히 육체적으로 하던 일을 멈추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휴식의 중요성이 이러하지만 오늘날의 어려운 경제 사정은 마음 편히 쉼을 갖기 어렵게 하는 면이 적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관행에 젖은 소비 위주의 휴가보다 알뜰함과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휴가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근래에는 ‘여름 휴가=피서’라는 등식도 깨어지고 있는 추세다. 먹고 즐기는 천편일률적인 휴가 문화에서 탈피해 진정한 휴식과 기쁨을 위해 다양한 모습의 휴가를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족 단위 피정이나 봉사활동, 성지순례를 통해 알찬 휴가를 보내며 새로운 경험과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신앙 선조들의 면면을 새롭게 돌아보며 삶을 추스를 수 있는 ‘추모 여행’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어 믿음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자녀들의 방학 기간은 신앙 교육에 적합한 귀중한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즈음이면 되풀이되는 얘기지만, 휴가가 신앙 재충전의 기회가 되려면 신앙인으로서의 의무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휴가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투자이지 신앙과의 단절을 초래해서는 ‘쉼’의 참다운 의미를 살려나가기 어렵다. 전국 피서지 인근 본당은 거의 대부분 피서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두고 있다. 뜻만 있다면 얼마든지 신앙생활의 리듬을 잃지 않고 휴가를 보낼 수 있다.
특별히 어려운 경제 위기 속에 휴식은 고사하고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뜻있는 ‘쉼’을 찾는 이들에게 영적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다.
모쪼록 ‘쉼’ 가운데서 사랑이신 하느님을 느끼고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배우며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깊이 깨닫는 영혼의 바캉스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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