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그 어느 해 보다도 수해와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기상청의 예보다. 특히 국지성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벌써부터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교회 산하 복지시설 수는 전국적으로 985곳에 이른다. 이들 복지시설 중 대부분은 산간지역이나 도심 외곽에 집중돼 있다. 그만큼 집중 호우와 태풍 등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복지시설 이용자 및 수용자들은 대부분 몸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 어린이들이다. 걱정을 더하게 하는 이유다. 성당, 공소, 피정의 집 등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신자들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다양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회는 그동안 되풀이해온 자연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해 왔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각 교구들은 재해재난 긴급 구호 기구를 설립했으며, 일부 교구에선 대처 매뉴얼까지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현 수준의 대처 방안은 지극히 단편적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피해가 예상되는 20~30년 이상 노후 성당과 농어촌 공소 건물들에 대한 종합 진단이 당장 필요하다. 지난해 지반 붕괴로 아찔한 경험을 했던 꽃동네 등 전국 교회 운영 복지시설과 성지, 피정의 집, 캠프장, 야영 시설 등에 대한 안전 점검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현 긴급구호 체계에 대한 체질 또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구호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현장을 파악하고 복구활동을 이끌 수 있는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각 교구 간호사회, 의사회, 운전기사사도회, 아마추어 무선사회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재해지역에 대한 일회적인 인력 물품 지원을 넘어선 중장기적인 지원 방안 또한 함께 모색해야 한다.
고통은 분명 구원의 신비 안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통 그 자체가 선(善)은 아니다. 교회는 운명론적으로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위험성에 대해 늘 경고하고 있다. 자연재해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내리는 징벌이 아니다.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늘 깨어 있어야 하듯, 피할 수 있는 고통을 피하려는 노력을 위해서도 늘 깨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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