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서너 번씩 미용실에 간다. 이발소보다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 때문이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함께 앉아서 주고받는 일상의 얘기들이 정겹다.
“누가 오십 대라고 하겠어요. 얼굴을 보면 딱 삼십 대예요.”
“이렇게 머리를 자르고 나면 동네 할머니들이 언제 군대 가느냐고 묻는다니까요.”
“그건 좀 심했다. 그런데 어쩜 그렇게 머리숱이 많을까? 흰 머리도 하나 없고.”
“흰 머리가 없으면 뭘 해요. 벌써 앞머리가 많이 빠졌는데요. 근데 참 이상해요. 왜 뒷머리는 그대로인데 눈에 잘 띄는 위쪽 가운데만 자꾸 빠질까요? 그래서 제가 주변 머리는 많은데 속알 머리가 적다니까요. 온통 다 빠지면 전 대머리가 되는데.”
그런데 윗머리가 빠지길 다행이지 뒷머리가 다 빠지고 윗부분만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어차피 나이가 들어 머리가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속알 머리가 없는 게 나을 것 같다.
언젠가 식구 많은 우리 집 현관의 신발을 정리하다가, ‘하느님 실수하신 거야. 왜 인간의 발을 한 개로 만들 것이지 두 개로 만들어가지고 일감을 두 배로 늘려놓으신 거야’라고 불평한 적이 있었다. 한 개의 발로 평생을 불편하게 사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당연한 것이라도 내게 주어진 것을 감사하는 것도, 내게 주어지지 않은 것을 불평하기보다 주어진 것을 감사하는 것도 다 쉽지 않다. 아무리 식별을 거듭해 보아도 주변 머리라도 멀쩡한 것을 감사하기 보다 속알 머리까지 많았으면 좋겠다 싶으니, 깨어 산다고 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에 있어서 슬픔 없이 지낼 수는 없다/ 볕이 있으면 반드시 그늘이 있다/ 장미에 가시가 있다고 불평하지 마라/ 오히려 가시나무에 핀 장미꽃을 고맙게 여기라.”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