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지 않으리라. 살아보리라. 주님의 장하신 일을 이야기 하고저” (시편 117,17)
서품 상본을 만들 때 성구를 정해야 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기억이 난다. 남들은 몇 날 며칠을 고민한다고 하는데 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학교에서 매일 시시때때 성무일도를 바치면서 눈에 들어왔던 시편 한 구절이 생각났다. 그것은 “나는 죽지 않으리라 살아보리라. 주님의 장하신 일을 이야기하고저”이다.
이 구절을 읽은 나의 아버지 신부님은 너무 오기 어린(?) 전투적인 시편이 아니냐는 말씀도 하셨지만, 나는 이 시편이 마음에 들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도대체 왜 나를 이 사제직에 불러 주셨는지 좀 오기 어린 마음이 하느님께 들었다. 신학교 생활을 하면서 고비 고비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속 성소의 길을 가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이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때마다 눈에 들어온 구절이 바로 이 구절이다. 그래 해 보자. 한번 가 보자. 갈 때까지 가 보자 하는 심사로 살았는데 그때마다 눈에 들어온 내 새끼(?) 같은 구절이다. 그래서 좀 웃기는 표현이지만 이를 바득 바득 갈면서 오늘도 그분을 쫓아가고 있다.
신학생 때 읽은 책 제목처럼 “하느님과 싸워 이긴 사나이” 가 되기 위해, 그리고 밤새도록 하느님과 씨름을 한 야곱처럼, 난 지금도 하느님과 한판 하기 위해, 나를 통해 무엇을 이루시려고 이렇게 나를 붙잡고 계신지 알아야 하겠기에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 볼 작정이다.
어느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같은 세상 그냥 열심히 살아서 될 일 하나도 없단다. 매일 매일 전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잘 살 수 있단다. 난 오늘도 군종신부로서 종교라는 분야의 최전방에서 살고 있다. 오늘도 난 한판 붙어 볼 작정이다. 주님께서 나에게 맡겨 주신 사제직을 잘 살아 무엇이 이루어지는지 난 꼭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그것이 주님의 뜻이었다면 그분의 장하신 일을 널리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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