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은 열네 번째로 맞는 농민주일이다. 지난 1994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결정에 따라, 스러져가는 우리 농촌과 농민을 살리기 위해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96년부터 이를 범교회적인 공식 운동으로 확산시키면서 농민주일을 제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등으로 벼랑끝에 선 농촌과 농민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제정된 농민주일을 통해 교회는 그동안 농촌과 농민들에게는 희망을 전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생명 살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등 적지 않은 결실을 거둬왔다.
하지만 농민주일이 제정된 지 10여 년을 넘기고 있지만 농촌과 농민들을 바라보는 시각들은 아직도 시혜적 차원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그들만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농민주일이 만들어진 핵심배경인 도시와 농촌의 연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운동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농촌에서 난 농산물을 좀 더 팔아주고 수입농산물 대신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가 굳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농촌은 먹을거리와 깨끗한 공기와 물 등 인류가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을 제공해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생명을 가꾸는 생명산업의 터전이자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농촌을 살리는 일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생의 작업이며 동시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길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농업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라 할 수 있다. 미국산 쌀의 수입 확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미 자유무역협정, 한·EU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해외 농산물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농업 기반은 산업화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돼왔고 농촌공동체는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 경제적 논리만으로 농업을 바라보고, 농촌을 개발과 이익의 대상으로만 여겨온 결과다.
이러한 농촌·농민을 살리기 위한 길은 너무도 자명하다. 농촌과 농민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농민과 도시 소비자가 함께 손잡고 생명의 파수꾼이자 생활공동체로 하나를 이뤄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앙인들은 무엇보다도 ‘생명’의 관점부터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교회가 펼치고 있는 농촌살리기운동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나눔과 섬김’이라는 교회의 소중한 가치를 함께 실천해 나갈 때 ‘함께 살며 모두가 사는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