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달려온 2009 기축년(己丑年)도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새해를 시작하며 저마다 품었던 계획들을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작심삼일’이라고 첫 발을 내딛기가 무안하게 포기한 것은 아닌지 구체적인 점검이 필요할 때이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서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용산참사, 북한 미사일 발사…. 필자의 사견이지만 국민들을 기쁘게 하는 소식보다 울리게 하는 사건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상반기만 놓고 보면 인간을 살게 하고 살아가는 원동력인 ‘희망’이 잘 보이질 않는다. 필자의 능력 부족으로 미처 파악하지 못한 희망적인 일들도 많았을 것이라 위안을 삼지만 개운치 않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운영자 고도원 선생은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모든 것을 잃어도 옆에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믿어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으며, ‘희망’은 냉혹한 현실이란 발판을 딛고 있을 때 값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금은 여러 가지로 힘든 시기다. 미국에서 촉발된 세계 금융 위기의 여파가 우리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기업에서는 대대적인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서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가정마저 찬바람 부는 허허벌판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쉽지 않고, 사소한 일에도 다툼이 일어난다. 배려니 양보니 꿈이니 하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덕목은 맨 뒷자리로 밀리기 일쑤다.
우린 지금 어느 때보다도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힘을 주며, 더 나아가 꿈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든든한 응원군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교회 올 상반기 최대 이슈였던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 어른의 선종은 한국 교회 신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종교를 뛰어 넘어 감동과 사랑을 선사했다. 가히 ‘신드롬’이라 할만 했다. 추도 대열에 참가자가 40만 명을 넘었으며, 그 분의 뜻을 받들어 ‘감사와 사랑’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마지막 가시는 길에 각막을 기증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장기기증 신청자가 전국적으로 급증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나눔이 곧 사랑이요 행복임을 되새기는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아무리 각박하고 힘든 세상살이라지만 이 어른을 통해 아직 세상은 살아볼만 하고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삶의 희망을 노래한 좋은 글이 있어 독자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흐린 날도 있다. 궂은 날도 있다. 험한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다. 그래도 물러서지도 달아나지도 마라. 삶은 후퇴가 아니라 전진이다. 쓰러질 수 있다. 무너질 수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절망하지 마라. 삶은 비겁이 아니라 도전이다. 삶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의 여정이다. 삶은 산책이며, 여행이며, 감사이다. 살펴보고, 느껴보고, 행복해라. 모든 삶은 스스로 배우는 무대이다. 그리고 삶은 언제나 희망을 노래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쉼’을 즐기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올 상반기를 잘 마무리하면서, 하반기에는 개인적으로나 한국 교회로나 희망차고 기쁜 일들만 가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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