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쏟아지는 일요일 아침, 재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 은평구 불광동성당을 찾았다. 침울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던 본당 관계자들은 기자를 성당 지반 균열 현장으로 안내했다. 성전보존대책위원장이 장맛비를 피해 임시방편으로 덮어놓은 비닐을 걷어내자, 균열된 성당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성당 바닥은 그야말로 지진이 난 것처럼 ‘쩍쩍’ 갈라져 있어 그 위에 서 있는 것조차 두려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장애인을 위한 이동통로는 담장 붕괴위험 탓에 1년 반째 폐쇄돼 쓰지 못하고 있으며, 성모동산으로 이어지는 십자가의 길 또한 같은 처지였다. 바닥 균열은 성모당에서부터 시작돼 성전 뒤편까지 10m 가 넘게 진행된 상태였다. 본당 관계자는 “장마가 시작된 지 불과 열흘만에 균열이 급속도로 진행돼, 현재는 성당 뒤편에 있는 성체조배실의 통행을 아예 금지해놓은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시공사와 조합 측에서는 본당 측이 더 많은 보상금을 원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본당 측에서는 지난 18개월간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그리고 관할 구청에 문제해결 촉구를 위해 100차례 넘는 공문을 발송했고, 법에 호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 측은 법원의 명령을 성실히 이행했고 모든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무리 적법절차를 거쳤다한들, 신자들에게 성당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이해 없이 보상금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는 진리에 가깝지 않다. 복음서에 ‘밭에 묻힌 보물’의 비유가 있다. 밭에 묻힌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팔아 그 밭을 산다. 신자들에게 있어 보물은 ‘보상금’이 아니라 ‘안전하게 기도할 수 있는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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