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구석구석을 다 찾았으나 없었다. 아침까지 있었고 밖에 나가지 않았으니 분명 집안에 있는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면서, 위층과 아래층을 오가면서 건성으로 찾았을 뿐 집중을 하고 찾은 건 아니었다. 저녁강의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여겨져서 아내에게 도움을 청했다. 조금 전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았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면서 내가 갈만한 곳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다시 한 번 집안을 다 뒤졌다. 없었다.
“내가 전화를 걸어볼 테니 어디서 벨소리가 울리는지 들어봐.”
“그래 그게 좋겠네. 왜 진즉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아! 들린다. 분명 내 휴대폰 벨소린데 어디서 들리는 거지?”
“어디긴 어디야. 당신 목에 걸려있네 뭐.”
“그러니까 업은 아기를 삼 년 찾았다는 말이 틀리지 않네.”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생기다가 심하면 치매증상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나이와 상관없이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심지어 무선전화기나 리모컨을 냉장고 안에 넣어두고 한참 만에 찾아내는 경우도 있고, 내 아내는 리모컨을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다고 도움을 청했는데 내가 건네받은 것은 비슷한 크기의 무선전화기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전문가들의 진단과 연구가 필요한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테지만, 우리네 삶이 너나할 것 없이 너무 복잡하고 모두가 필요 이상으로 풍요롭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따라 무한경쟁 시대에 편승하려면, 받아들여야 할 정보량이 무한정 늘어났고, 풍요의 산물로 주어져서 운용해야 할 생활주변기기들도 너무 많다. 인간의 두뇌가 진화하는 속도는 이것을 따라잡지 못해 몸살이 났고, 그 합병증을 모두가 앓고 있는 것이다. 해결책은 딱 하나, ‘단순·소박·가난의 나자렛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정식〈로제리오·가수 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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