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건설로 대표되는 재개발사업으로 교회와 재개발조합 간의 갈등이 불거지는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 뉴타운 재개발지역에 있는 가좌동본당이 성당 이전 문제로 조합 측과 갈등을 빚고 있고, 서울 불광동본당은 지난 4월 내려진 법원의 공사 중지 판결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측이 공사를 강행해 성전 입구 바닥이 내려앉는 등 갈수록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개발사업이 내세우는 명분은 도시 미관을 새롭게 정비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하지만 6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낙후된 환경 개선보다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경제논리가 지배적이다. 나아가 복잡한 법체계로 인해 재개발 과정에서 엄청난 불법행위가 저질러지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뿌리박고 살아온 공동체마저 해체시키는 결과를 낳는 등 적잖은 문제를 보여 왔다.
고급, 대형 아파트들 위주로 개발되는 뉴타운사업의 경우 원거주민의 입주율이 20%를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재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 신앙 전통과 역사를 지닌 신앙공동체마저 해체되는 안타까운 일마저 빚어지고 있다. 실제 재개발사업이 이뤄지는 지역에서는 작은 집을 지닌 영세 가옥주들이 재개발로 인한 높은 추가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순식간에 세입자로 전락하거나, 세입자들은 살던 곳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집을 구할 수 없어 정 붙이고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 본당들은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창구마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태 해결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톨릭교회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신교의 경우 몇몇 교단을 중심으로 재개발사업이 교회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범교회적인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교회도 재개발사업의 이면에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 신앙공동체와 신자들의 아픔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신앙공동체를 늘려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속에서 가톨릭 문화를 일구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할 수 있는 토대를 다져나가는 것이 교회 발전을 위한 올바른 길임을 인식하고 신앙 터전 보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신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교회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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