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인데요. 하늘이 너무 푸르고 맑아서 형님의 맑은 영혼을 보는 것 같아요. 이 하늘을 형님께 드릴 터이니 알아서 처리하세요.”
옥외광고물의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김문호(바오로)의 모닝콜이다. 그가 매일 하는 일은 정서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을 하는 그는 늘 정서를 잃지 않고 사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침 인사 한마디로 나의 하루가 행복해졌다.
피부과 전문의 송일준(베르나르도)의 초대로 라이브 카페에 갔다. 비전문인들의 욕심 없는 노래가 오히려 편안하다.
“지금 부르는 사람은 내 취향이 아니야. 나는 저렇게 흐느적거리는 게 싫어.”
“형님. 모든 사물이나 사람을 그저 있는 그대로 보세요. 형님 취향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부르고 있잖아요. 그런 모습이 예쁘고요. 마당을 기어가는 개미떼를 본 적이 있어요. 한 줄로 서서 어디론가 가고 있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름다운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살아오면서 내가 무척 편향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으로 분별심을 갖지 않도록 애를 썼다. 그러나 이런 나의 바람은 내 안에 이미 간직된 ‘깨어살기’와 ‘식별하기’라는 기독교적 사고방식과 번번이 부딪쳤다. 스승이신 예수와 이냐시오 성인의 가르침은 그 안에 묶이기보다 그 가르침을 통해 해방되기를 갈망하셨을 터인데, 그릇이 작은 내가 스스로를 옭아매었으리라. 이런 나에게 쇄신과 회복의 기쁨을 주는 아우들이 그지없이 고맙다. 그들은 지극히 평범한 기독교인이지만, 자신들이 믿는 종교에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는 것 같다. 오늘은 그들에게 나태주 시인의 시로 만든 내 노래 한 줄을 선물하고 싶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나태주의 시 ‘풀꽃’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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