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Ⅰ코린 15,28)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 것입니다.”(새 성경)
나는 신학생 시절에 두 분의 한국 본당신부님과 두 분의 골롬반 소속의 아일랜드의 외국신부님과 생활할 기회가 있었다. 보좌생활을 마치시고 본당신부로 발령을 받으셔서 사랑과 정열을 쏟으시던 젊고 패기 있는 신부님들과 머나먼 타국에서 주님의 선교사로 이 땅에 오시어 당신들의 청춘을 불사르시는 외국신부님들에게서 희생과 참봉사의 모습을 보았다. 나도 사제가 된다면 어떤 처지에서든, 어느 곳에서든 신자들에게 필요한 사제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Omnibus Omnia!)”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성구로 선택하게 되었다.
이방인들의 사도이신 바오로는 특별한 선교영성을 지니신 분이시다.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시고 선교를 하시면서도 당신의 선교방식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요구하시는 분이 아니시고 가시는 곳곳에서 늘 신자들과 동화되시는 삶을 사셨다.
때로는 가르치는 교사로, 때로는 천막을 만드는 노동자로 당신이 머무는 곳에서 신자들과 함께 호흡하시며 녹아내리는 삶을 사셨다.
나도 감히 바오로 사도처럼 동화되는 삶을 살기 위해 막걸리를 먹는 자리에서는 막걸리를 맛있게 마실 수 있고 양주를 먹어야 하는 자리에서는 분위기 있게 양주를 마실 수 있는 사제로서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어디에서든 힘겨워하고 아파하는 양들과 함께 호흡하는 목자가 되고자 결심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너무나 편안하고 이기적인 사제생활을 했던 것 같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고 내게 필요한 것만을 찾는 나만의 사제생활이었던 같다. 오늘의 반성을 거울삼아 사제직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 진정 주님께서 원하시는 사제가 되도록 다시금 결심해 본다.
송영오 신부·수원교구 봉담본당 주임·가정사목연구소 소장·1992년 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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