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 운영하는 서울 동성고등학교가 가톨릭계 학교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율형 사립고에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는 일반학교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현행 교육관계 법규에서 벗어나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또한 학교의 건학 이념에 따라 교육과정의 50%를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어 일반고와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동성고는 이번 자율고 선정에 따라 명실 공히 가톨릭 학교로 거듭날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아울러 학교 현장에서 가톨릭 교육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추게 됐다.
동성고는 앞으로 ‘인문사회’ 및 ‘자연공학’ 과정 외에 35명 규모의 ‘예비신학생’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낼 예비신학생 학급은 과거의 소신학교라고 봐도 과히 틀리지 않을 듯하다. 예비신학생 과정의 학생들은 신학 교육에 있어 기초라 할 라틴어와 그리스어, 영성입문, 신학입문 등을 배우게 된다.
성소자 감소 문제가 뚜렷한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예비신학생 학급 신설은 성소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특히 예비신학생 학급은 고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훌륭한 사제를 배출하는 요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요청된다.
이 같은 기대와 함께 가톨릭계 학교를 비롯한 교육 일선에 상존하고 있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율고는 기존의 교육 정책만으로는 건학 이념을 살린 교육을 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교육의 다양성과 경쟁을 통한 사교육 억제’, ‘사학의 자율성 보장’,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 보장’ 등을 설립 명분으로 들고 나왔다.
하지만 조변석개하는 우리 교육 현실은 이러한 명분과는 상관없이 그리스도적인 인간형을 육성하기보다는 불필요한 경쟁을 조장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교육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승자독식의 경쟁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가톨릭 정신에 따른 교육은 오히려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어떠한 정책도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의 정신과 자세에 따라 공과 과가 갈리기 마련이다. 모쪼록 동성고를 비롯한 가톨릭계 학교들이 교육 현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세워나감으로써 올바른 교육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겨자씨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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