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수도회 역사의 맨 앞줄에 서 있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7월 22일 한국 설립 12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난 7월 22일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121주년을 맞는 날이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어제’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번 심포지엄의 한 참가자는 초창기 조선에 진출한 수도자들의 생활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수녀들은 당장 생계도 어려운 실정에서 200~300명 되는 아이들의 양육을 위해 수공업, 양재, 양잠, 가축농장, 밭농사, 메주, 직조, 세탁, 바느질 등 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일들을 찾아 했다.” 수녀들은 또한 질병으로 고생했다. 1888년 7월 22일 한국에 도착한지 6개월 만에 장티푸스로 세상을 떠난 자카리아 수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련해 진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몇몇 수도자들의 삶은 과거 수도자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도직 활동과 기도 생활의 균형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도직 활동에만 매몰되는 오류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실용(實用)의 문화가 수도회에도 불고 있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런 일이다. 수도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실용과 건조한 합리주의 사고에 물들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봉헌 생활은 기도의 즉각적인 효과를 보고 싶어 하는 실용적 태도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
물론 봉헌 생활도 시대의 요구와 징표에 늘 열려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톨릭 영적 스승들이 이러한 ‘열려 있음’이 때로는 ‘선(善)을 가장한 유혹’으로 다가온다고 경고했다. 수도자들은 ‘일을 잘하기 위해서’‘공동체를 위해서’등의 말들이 지니고 있는 함정을 읽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열매가 외적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인격 성숙의 열매조차 제대로 성취해 내지 못한다면 곤란하다. 성체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훌륭한 수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수도자가 성체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다.
물론 쉬운 길이 아니다. 성장은 엄청난 인내를 요구한다. 투쟁이 필요하다. 그 투쟁을 혼자서 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요즘, 많은 평신도들이 삶과의 투쟁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영적, 인격적 진보를 위해 투쟁하지 않고 편안히 안주한다면 그것은 수도자의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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