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국적은 달라도 평화를 염원하는 간절한 기도 소리는 하나였다.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현 평화공원과 우라카미성당에서 열린 피폭 64주년 기념행사에는 세계 각지에서 1000여 명이 참가, 연대와 평화를 희구하며 두 손을 모았다. 피폭의 땅, 폐허와 절망이 가득찼던 죽음의 땅에서 새로이 움트고 자란 평화의 싹들은 인류를 하나로 묶기에 충분했다.
◎…이날 기념행사는 평화공원에서 열린 평화기념제와 행렬, 우라카미성당에서 봉헌된 평화기원미사 순으로 진행됐다. 평화기념제는 오후 6시 30분,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바치는 묵주의 기도로 시작됐다. 나가사키대교구장 다카미 대주교는 개회 선언에서 “원폭으로 인하여 모든 것이 파괴된 이곳에서 평화를 위한 결의를 하느님께 봉헌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선포하기 위해 모였다”면서 “우리의 평화이신 주님을 경배하며 그리스도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평화의 기원을 새롭게 하자”고 당부했다.
◎…시작기도와 성경봉독, 전몰자를 위한 묵념에 이은 ‘평화의 선포’에서는 미국에서 참가한 3명의 사제와 한국 여기회, 교황청 종교간 대화평의회 의장 장 루이 토랑 추기경이 각각 발표했다. 미국 사제들은 원폭 피해지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주민들에게 사죄를 청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여러분의 동포, 형제자매들에게 상상을 초월한 아픔을 드린 점에 대해 간절한 용서를 청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지 64주년이 되는 이날을 울며 애통해하는 날로서 기억하고 하느님께 봉헌하기 위해 왔다”며 “피폭으로 살아남은 분들이 더 좋은 참된 선을 위해 잔혹한 재앙에서 일어섰듯이 우리들에게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기를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사제들과 신자 20여 명이 이날 행사에 참가했다.
◎…한국 여기회는 ‘평화선언문’에서 “비핵화운동이 극동에서 온 세계로 확산되기를 바라며 여러분 모두가 이웃에게 이런 마음을 전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박스 기사 참조). 이날 행사에는 한국 여기회 총재 이문희 대주교(전 대구대교구장)를 비롯한 회원들과 순례자, 대구대교구 가톨릭 스카우트 청소년 등 28명이 참가했다. 이문희 대주교는 “한국 여기회의 반핵 평화운동이 ‘여기애인’의 정신을 널리 전파하고 평화를 심는 작은 말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평화 선포자로 나선 교황청 종교간 대화평의회 의장 장 루이 토랑 추기경은 “원폭의 기억은 인류양심 가운데 악몽으로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이고 상호 존경과 평등, 인권을 존중하는 ‘새로운 마음’을 기초로 평화의 미래를 쌓아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랑 추기경은 특히 “한국의 김수환 추기경께서 하루에 한번이라도 하느님에 대해, 하느님의 말씀을 이웃에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신 것처럼 우리도 매일 이웃에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기념제 후 참가자들은 평화기원미사 봉헌 장소인 우라카미성당까지 피폭 성모상을 앞세우고 묵주의 기도를 바치며 횃불행렬을 했다. 밤 8시부터 거행된 미사 강론에서 나가사키대교구장 다카미 대주교는 한국 여기회의 ‘평화선언’을 인용하며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평화는 위협당하고 결국 파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하느님을 신뢰하는 우리들은 그리스도처럼 철저한 사랑이 평화를 만드는 힘의 원천이 되도록 기도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김수자(님파)씨는 “이 세상에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핵무기 개발과 실험으로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 정권이 한시라도 빨리 주민을 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나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또 “신앙인의 입장에서 하느님의 심판은 공정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면서 “우리 모두가 피해자요 가해자임을 명심하고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대원으로 참가한 김윤정(체칠리아·17)양은 “원폭자료관을 둘러보며 핵무기와 전쟁의 무서움과 처참함을 절감했다”며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