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기회는 원폭 64주년 평화기념제에서 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핵반대 선언문’이란 제목의 이 선언문은 한국 여기회, 일본 미도야 여기회, 나가사키 여기회 회장 공동 명의로 발표됐다. 이번 평화기념제에는 한국 여기회 총재 이문희 대주교와 회원들이 참석했다.
다음은 평화선언문 전문.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폭탄의 참상을 체험한 일본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평화헌법을 제정하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비무장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일부 정치가들이 일본국 재무장의 필요를 조심스럽게 언급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비무장을 규정한 헌법 제9조를 지키는 운동을 전개하여 무난히 국민의 다수가 비무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나가사키 종’으로 유명한 나가이 다카시(永井降) 박사는 이 세상 사람은 모두가 “남을 자기 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여기애인(如己愛人)의 정신을 실천하였고, 이 세상에서 핵무기는 없어져야 하고 무기가 없어야 전쟁의 참상이 사라질 것이라 하며 전쟁을 겪은 나라가 먼저 무기를 버려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습니다.
우리도 육이오(6·25) 전쟁을 겪었습니다. 남과 북이 이제 평화롭게 또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와 반대의 일이라 지금부터라도 참으로 여기애인하고 평화 가운데 살 결심을 새로이 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올해(2009년) 들어 또 핵실험을 실시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것이 가져온 한반도의 어두운 정세는 주변국들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과 불안을 던져 주었습니다. 앞으로 남북 간의 긴장이 계속 고조되어 나간다면 결국 평화의 길은 점점 우리에게 멀어져 갈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제조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려 한다면 일본도 무장을 하려할 것입니다. 그래서 극동은 불안해질 것입니다.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생각대로 세상 사람은 이제 핵무기를 갖지 말아야 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이런 이치를 깊이 깨달을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평화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일본에서 헌법 제9조를 지키는 운동과 같이 한국에서도 비핵화 운동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또한 이 운동이 극동에서 온 세계로 확산되기를 바라며 여러분 모두가 이웃에게 이런 마음을 전하기를 진심으로 청하는 바입니다.
2009년 8월 9일
한국 여기회 회장 김규동(金圭東)
미도야 여기회 회장 스야마 요시오(陶山吉明)
나가사키 여기회 회장 도모나가 스사오(朝長万左男)
나가사키 피폭 64주년 평화기원미사 - 한국 여기회(如己會) 평화선언문(전문)
“전쟁 겪은 나라가 먼저 무기 버려야”
우리는 극동에서의 핵무기 제조를 막아야 한다
발행일2009-08-16 [제2660호, 9면]
▲ 평화기념제 중 한국 여기회 최옥식씨가 '평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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