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저의 목자시니, 제게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시편 23,1)
우리 시대에는 사제로 살기에 아쉬운 것들이 참 많다. 더 인정받고, 더 사랑받고, 더 소유하고 싶은 유혹들이 많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내가 신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주변으로부터 격에 맞지 않는 대우를 받았고, 사제가 된 이후에도 내 못난 성품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나를 감싸주고, 물심양면으로 아껴주는 신자들 덕분에 이제까지 세상 별로 부족한 것이 없이 살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곁눈질도 하고, 딴짓(?)을 해도 무던하게 나를 지켜준 이들이 고맙고, 별것 아니지만 가진 재주 몇 가지에 감탄을 해주는 이들도 있으니 사제 생활이란 솔직히 나 잘난 맛에 사는 것 같다.
사제가 되기 전까지 내 인생에는 아쉬운 것이 많았다. 하지만 수품식 때 성당 제단에 엎드려서 목자이신 주님께서 나를 이끌어주신다면 더 이상 세상에서 아쉬울 것이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두 가지를 청했다. 기도하고 겸손한 사제가 되게 해달라고. 주님은 나를 신학교에 보내셔서 아침잠 많은 나를 매일 새벽에 일으키셔서 신학생들과 함께 기도하며 살게 하셨다. 그리고 폼 잡는 본당 신부의 모습 없이 신학생들과 어울리며 늘 순박한 소년같은 마음으로 살게 하셨다.
몇 년째 신학생을 양성하는 직분을 살아가는 지금의 나는 솔직히 본당 신부들이 사목 현장에서 겪는 알콩달콩한 삶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 사는 것도 어디에서든 채워주시는 하느님의 섭리란 생각이 드는 걸보면 수품식 때 드린 청이 헛된 것은 아님을 느낀다.
여전히 내 삶에는 아쉬운 것이 많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잃어도 목자이신 주님 덕분에 죽는 날까지 아쉬운 것이 없이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사제로 사는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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