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린 소나기에
매미 소리 엷어진 삼계리 초저녁
산간학교 자연 속 평상(平床)에 앉아
삼복의 시원한 물소리 듣는다
계곡을 휘감아 세차게 달리는
대자연의 서늘한 저 흐름의 합창은
분주한 십자로의 자동세차 기계처럼
마음 깊은 곳 허상들 씻어 내려
낮은 곳의 성화에로 이끈다
높은 하늘에서 낙하하여
깊은 산과 계곡 휘감아
“지금, 여기”
광야에서 외치는 저 청정한 물소리는
반세기 전 내 고향 검푸른 물 흐름과
빼닮은 리듬인데
소년 시절 모내기 한창이던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고향 일터 한 복판
“워”, “워” 쟁기 소 잠시 세우고
논바닥 퍼덕이던 송어 한 마리
맨손으로 배따서 요기하시던
중년 아버지의 시장한 모습 속에 각인된
그 여울 물 소리 완연하다
주일학교 선생님들 정성된 사랑으로
싱싱한 새싹 포동포동 살 찌워
오십 명 가까운 해맑은 눈망울들
두 학사님이 넘치는 재치와 익살로
배꼽 끝에 대롱대롱 매달리더니
밤하늘 치솟는 불꽃놀이에
다물지 못한 무수한 귀여운 입들과
숯불 속 고구마 구수한 바람결이
합장한 두 손 잎사귀와 나란히
하늘 향해 피어날 즈음
‘캠프파이어’에 묶여온 조금 젖은 땔감들
프로메테우스 신부님 횃불 집히니
떨기나무 불길처럼 활활 타올라
함께한 수도복 베일과 하얀 칼라에
동심원 둘러앉아 수건 돌려 내닫는
어린 천사들의 아름다운 목소리, 물소리에
자신이 타 없어지는 것도 잊은 채
새빨간 얼굴 온몸을 비틀며
평화의 밤이 익어간다
아파트 문 밖으로 잠가 걸고
엠마오에 함께한 뜨거운 봉사 손길과
내일 아침 다시 찾을 성직의 발길이며
주야장천 심산유곡 윤회(輪廻)의 물소리는
성령으로 하나되어
고해의 서사시(敍事詩)가 엮어내는
한밤의 ‘루미나리’luminary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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