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 5,48)
아버지 신부님이시면서 본당신부님이셨던 고 길홍균 신부님께 배웠던 신학생 시절의 일입니다.
성당에 난방을 할 기계가 필요하니 알아오라 하시며 시장의 처음 가게부터 끝 가게까지 다 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난방용품 가계를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몇 집을 돌아보다보니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난방기는 어느 규모를 덥히고 얼마 정도인지를 제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 꼭 계약을 할 것처럼 해야 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파는 사람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상가의 반을 지날 때 쯤엔 저도 눈이 틔어 물건을 파는 사람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고 있었습니다. 친절하게 상담에 응해주셨던 주인분들에게는 참으로 죄송하지만, 결국 난방기는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길 신부님은 처음부터 물건을 구입할 생각이 없으셨던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교육시키시려고 그런 일을 하신 것입니다.
저에게 돈을 주면서 어떤 것을 사오라면 물건을 금방 사왔을 것입니다. 세상 물정도 모르고 흥정의 그 찐한 맛도 모르는 저였으니 그냥 눈에 띄는 멋진 집에 가서 바로 주문을 하고 바가지를 쓰더라도 그것이 최고 좋은 것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뻔뻔해지는 교육 여행을 통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움직이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였습니다.
사제품을 받을 때에 대부분 스스로 성구를 선택하지만, 저는 길 신부님께서 정해주셨습니다. 제가 그렇게 되기를 원하셨을 것입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그 지향을 따르려 하지만 너무 멀리 있는 제 자신을 바라보며 그래도 한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를 써봅니다.
<김길민 신부·수원교구 안산 성마리아본당 주임·1988년 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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