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가 103위 성인 시성 25주년을 맞아 다음달 19일 ‘그 때 그 장소’ 여의도공원에서 축제를 연다고 한다. 이를 위해 축제 행사 위원회 발대식을 갖고, 구체적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한국천주교회에 있어 103위 시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천주교회 근대사가 103위 시성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세 성장, 토착화, 신학 발전 등 모든 면에 있어서 그렇다. ‘대건 안드레아’‘하상 바오로’와 같은 세례명도 25년 전 ‘그 날’ 이후에나 가능해진 것이다. 103위 시성을 기념하는 축제가 흥겨움과 들뜸에 매몰되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만큼 25주년을 맞는 각오도 남달라야 한다.
교회의 축제는 우선 증거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시성 25주년 축제는 목숨까지 내어 놓고 신앙을 증거한 순교 성인들의 삶을 오늘에 되살려 내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한국천주교회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탄생한 교회다. 그 독특한 역사답게 한국교회 평신도들은 성직자가 없을 때에도 성실하게 신앙을 지켜왔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아직도 많은 평신도들이 복음선포의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복음 선포는 하느님의 일이며, 우리의 일이다. 하느님께서는 부족한 우리를 통하여 당신의 일을 이루신다. 신앙인은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이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맞갖게 살아가도록 선교의 삶을 생활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반대되는 모든 것들을 쇄신하여 나가는 역동적인 선교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나아가 교회의 축제는 나눔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내어놓은 삶을 살다간 103위 시성을 기념하는 축제다. 나눔이 없는 축제는 교회의 축제가 아니다. 예수의 삶은 온전히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치유하고 사랑하여 하느님 나라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사랑의 계명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일치하고, 또 하느님께 대한 영광과 인간에 대한 봉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03위 성인들은 이미 하늘나라에 오른 분들이다. 우리가 시성식을 갖고, 시성식을 기념하는 것은 그분들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나를 위한 것이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위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터전인 이 세상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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