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적잖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행보가 강경일변도에서 대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해 북한 측으로부터 이끌어낸 5개 항 합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에 있던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나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합의 내용 가운데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개성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은 남북관계를 예전 상태로 회복해 남북 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정상화시키는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북한이 민간기업을 대화 상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엿보이는 면이 없지 않지만 앞으로 이를 계기로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와 같이 근래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움직임들은 꽉 막힌 남북관계에 숨통을 틔워주면서 양쪽의 교류협력을 더 활성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민족 앞에 열린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 당국 모두 고집과 자존심만 앞세우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남북의 역사는 한반도 상황이 악화될수록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바로 우리 민족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도 한반도를 둘러싸고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 남북관계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강경대응 일변도의 자세에서 벗어나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꾀해야 할 때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조속히 재개하고, 민간 차원의 방북 문호도 더 확대해야 한다. 특히 일방적인 정책으로 민간단체들간의 교류와 협력에서마저 어려움을 초래함으로써 인도주의적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가톨릭교회도 이번 국면을 그간 통일사목 차원에서 펼쳐온 민족화해를 위한 모색과 활동을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남북 간의 신뢰회복 없이는 민족화해는 한 걸음도 제대로 나아갈 수 없다.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질곡이 적지 않았던 남북관계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교회가 앞장서 새로운 틀의 남북관계를 정립해 나감으로써 민족의 화해와 협력이 무를 수 없는 대세가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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