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일본인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가끔 분위기가 미묘해질 때가 있었다. 거북선과 이순신 동상으로 가볍게 시작된 이야기는 임진왜란을 거쳐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를 지나 광복절까지 넘어왔고 술자리는 금세 어색해졌다. 한국 학생들이 먼저 흥분했다.
‘너희가 분명히 잘못한 거 아니냐.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고 일본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 대부분은 반성하는 기미도 없잖아.’
반면 일본 학생들은 차분했다. ‘우리 조상들이 잘못한 게 많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한 건 아닌데 무조건 반성하라는 건 문제가 있지. 따져보면 한국도 잘못한 게 많잖아.’
조리 있으면서도 미운 구석이 남았던 말이었다.
이해의 문제라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엇나간 관점을 조금 좁히고 공감대를 만들어 바른 역사를 배우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거창한 기대를 해봤다.
지난 8월 15일 한일청년교류모임에 참가한 10여 명의 일본 청년들이 독립기념관을 찾았다. 다분히 한국의 시각에서 일제의 침탈행위를 소개한 전시물을 둘러보는 그들의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독립을 한국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 배운 게 많았다’는 한 참가자의 소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한국 친구들이 좋아 한국어를 배웠다는, 그래서 어색하지만 우리말로 이야기하는 일본 젊은이의 말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작은 이해의 첫 걸음’이라면 조금 과장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게는 광복절, 일본에게는 종전기념일이라 불리는 8월 15일. 상처는 있었지만 그래도 온전히 평화가 온 뜻깊은 날이다. 반세기가 훨씬 지났지만 그 평화를 이뤄나가기 위해 두 나라 젊은이들이 마음을 모았다. 미사 중 손을 잡고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평화를 빕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