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가 또다시 상복을 입었다. 인자함과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대구대교구를 이끌었던 최영수 대주교가 8월 31일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늘로 올랐다. 몸에 두르고 있던 세상의 무거운 쇠사슬을 모두 바닥에 떨어뜨리고 편안히 눈을 감은 최 대주교가 주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기원한다.
최 대주교의 선종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그의 빈소가 차려진 대구 계산성당에는 고인의 따뜻함을 기억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국에서 모인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한마음으로 그를 기억하고 숭고했던 삶을 기렸다.
최 대주교를 기억하는 이들이 슬픔과 함께 커다란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그가 평소 보여준 인품과 사랑의 삶 자체에 있다. 물론 교회의 큰 목자를 잃은 상실감이 크다. 많은 이들이 마치 큰 기둥이었던 아버지를 잃은 심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아픔은 이제 더 이상 그 인자한 웃음을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최 대주교의 삶은 ‘교회에 대한 헌신과 사랑’ ‘드러내지 않는 묵묵한 사랑’ ‘따뜻한 인간애’ 바로 그 자체 였다. 그가 교회 안팎에서 뿜어낸 향기는 바로 그리스도를 닮은,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처럼 그는 진정한 신앙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몸소 보여 주었다.
최 대주교가 이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와 친밀한 유대 때문이다. 최 대주교는 2007년 4월 교구장직에 착좌하면서 사목표어로 ‘그리스도와 함께’를 선택했다. 신자들도 이처럼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최 대주교와 ‘함께’한다는 것에 행복해 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리스도와 함께’하기 위해 우리 곁을 떠났다. 남겨진 우리에게는 할 일이 있다. 최 대주교의 선종은 한순간 지나가는 슬픔에 묻혀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의 향기 가득한 그의 삶은 이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최 대주교가 살고자 했던 신앙, 최 대주교가 추구했던 사랑이 이제는 신자 각자의 삶 안에서 재현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최 대주교에 대한 추모다.
다시 한번 주님의 종, 최영수 대주교가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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