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가 9월 중순부터 한 달간 교구 내 본당과 기관을 대상으로 교회 미술품 소장현황 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교회 미술품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적절한 보존을 위한 기초조사 단계로 이뤄지는 이번 조사는 근·현대 미술사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교회 미술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그간 낮게 평가돼온 교회 미술을 부흥시키고 가톨릭 문화영성 교육의 발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조사를 계기로 미술품을 포함한 교회 문화유산을 종합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교회에는 예술적이면서 역사적인 문화유산들이 적지 않다. 이런 문화유산을 통해 신자들은 예의 풍요로운 신앙과 만나고 현재 삶을 살펴보며 다가올 미래를 설계하게 된다. 이렇듯 교회가 지닌 문화유산은 우리 삶을 폭넓게 해주는 동시에 신앙을 풍요롭게 해주는 보화와 같다.
그 가운데서도 성당 건축과 성화, 성상과 성물 등 성미술품은 단순한 예술작품의 차원을 넘어서 신자들로 하여금 신앙의 세계로 향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교회는 오래 전부터 성미술품을 장려하며 소중하게 다뤄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교회 문화유산이 지닌 이러한 가치와 역사성에 비해 보존관리 대책은 일천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교회 내 미술가들을 필두로 문화유산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지난 2006년에야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심포지엄을 통해 처음 공식적으로 논의돼 지침 마련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가장 큰 원인은 교회 문화유산에 대한 교회 당국과 사목자들의 인식부족, 그리고 이에 따른 신자 전반의 무관심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교회 유산들이 외부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교회 안에서조차 무관심 속에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교회 문화유산은 신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이 시대와 후세의 삶과 정신을 풍요롭게 해줄 소중한 보화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조사를 계기로 교회가 지닌 보화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바람이 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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