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이 최근 국내 유명 시사주간지가 실시한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에서 종교계 1위로 꼽혔다. 2위와 3위는 불교와 개신교의 종교 지도자가 각각 선정됐다. 불교와 개신교의 교세가 월등히 앞서는 가운데,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 추기경은 2위와 3위보다 월등히 높은 38.8%의 지지율을 보였다. 가톨릭교회에 대한 한국 사회의 높은 신뢰도를 읽을 수 있어, 신앙인으로서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인기도를 반영하기보다는 진정한 영향력을 평가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번 정 추기경 1위는 단순한‘인기’를 넘어서는 정 추기경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것이다. 정 추기경이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 추기경에 대한 한국사회의 신뢰와 이에 따른 높은 대 사회적 영향력은 바로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의 특징은 ‘변덕’에 있다. 오늘 지지를 보내다가도 내일 등을 돌릴 수 있는 것이 대중이다. 가톨릭교회가 오늘의 신뢰와 높은 영향력에 자만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특히 한국교회의 뿌리는 얕다. 불교는 오랜 세월 한국인과 함께해 오면서 한국인들의 정서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인들은 불교 조직 내부의 갈등 및 일부 지도자들의 일탈에 대해서 관대한 편이다. 이는 가톨릭교회가 유럽에서 갖고 있는 위상과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 교계 제도에 대한 잣대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이다. 교회 안에서 작은 허점이라도 발견하면 쉽게 실망하고 등 돌릴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는 한국교회가 한국인들의 심성 속으로 깊이 뿌리는 내리지 못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정 추기경의 대 사회적 영향력이 높다는 조사 결과는, 그만큼 한국 교회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정 추기경에 대한 한국인들의 긍정적 시각을 단순히 만족하고 기뻐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교회는 이를 더욱 정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복음을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그 자체로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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