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부님이나 각자 서품 전에 사제생활을 위한 모토로 성경 구절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구절을 잊지 않으려고 상본에 새기고, 그에 어울리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사제 생활을 하다 보면 그 다짐대로 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소임이 바뀔 때마다 그에 어울리는 모토를 다시 정하고 되새기며 살아가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것 같습니다. 제 사제 생활의 모토는 ‘그저 신자들을 사랑하면 돼’라고 충고하신 어느 노(老)신부님의 짧고도 강한 메시지입니다.
두 번째 소임으로 맡은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살다가 그곳을 떠날 때의 이야기입니다.
주임신부님과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부임지로 이동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설레는 마음을 담아 신부님께 물었습니다. ‘신부님, 제가 사제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요?’ 평범하지만 제게는 간절한 물음이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며 ‘어디를 가든 그저 신자들을 사랑하면 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의외로 답은 너무나 짧고 단순했습니다. 모범적인 답이지만, 그렇게 행동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그것이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새로운 신자들과 인연을 맺는 과정에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그 중심에 ‘사랑’이란 요소가 없다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편견의 관계가 될 것입니다. 결국 ‘사목’(司牧)이 아닌 ‘일(事)’ 중심의 관계로 끝나겠지요.
현재 저는 교구에서 노동자·이주민사목 전담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다른 피부색과 언어를 가진 형제자매들을 만날 때마다 ‘그저 신자들을 사랑하면 돼’라는 신부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됩니다. 앞으로 그들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그 모토는 더욱 가슴 깊이 새겨지고 제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오늘 다시금 그 모토를 되새겨봅니다. ‘그저 신자들을 사랑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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