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이다. 김대건 신부와 정하상의 이름 앞에 ‘거룩함’(성, 聖)의 호칭이 붙은 지 25주년이 되는 해에 맞는 대축일이어서 그런지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를 비롯한 전국 각 교구 및 성지에서는 이날을 전후로 다양한 ‘순교자 따라하기’ 이벤트와 현양대회 등 관련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이번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이 ‘거룩함’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본지는 그동안 순교자들의 삶은 과거 속에서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또 순교 성인들에게 전구를 청하는 청원기도만으로는 ‘진정한 거룩함’을 완성할 수 없다고 지적해 왔다. 내가 거룩해지지 않으면 수 십번의 대축일 미사 참례도 의미가 없다.
신경(信經)은 교회가 거룩함을 고백한다. 교회는 그리스도로부터 흘러나오는 거룩함으로 인해 거룩하다. 더 나아가 교회는 이러한 거룩함으로 모든 이들을 초대한다. 교회에 초대한다는 말, “성당에 나오십시오”라는 말은 거룩함으로 초대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신앙을 삶으로 충실히 옮기는 한, 그리스도는 우리 각자의 삶을 거룩함의 열매로 풍요롭게 하신다. 거꾸로 말하면, 거룩함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은 신앙을 삶으로 옮긴 진정한 신앙인이 아니다.
우리는 그 모델을 순교자에게서 찾을 수 있다. 순교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거룩함의 완성을 이룬 분들이다. 우리가 순교자 대축일을 기념하고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순교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미 천국에 있는 그분들은 지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기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순교자 대축일을 기억하고, 또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나를 위한 것이고, 나의 거룩함을 위한 것이다.
순교의 시대에 거룩함의 완성이 순교로 드러났다면, 순교를 요구하지 않는 시대의 거룩함은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 방식은 삶 속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고통 중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한다. 신앙을 증거하는 일은 편안히, 가만히 앉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03위 시성 25주년의 해에 맞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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