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수녀회 수련원을 매주 방문했던 특별한 추억이 있다.
수녀님들이 사시는 모습을 보면 생활은 간소하고 정갈한 반면, 우리가 예전에는 중요하게 여겼으나 지금은 잊고 지내는 것들을 소중하게 지켜내고 계신 것을 본다.
그때는 ‘기쁨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장애아의 엄마로서 사는 날들의 무게도 쉽지 않았기에 지나고 나서야 그 시간들이 내게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됐는지 깨닫는다.
날이 쓸쓸해지니 언젠가 수련원 기도실에서 혼자 반나절 피정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던 일도 생각나고,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럽던 식사도 기억난다. 처음 참석했던 서원식의 감동도 기억난다.
수련기 동안 기쁨터에서, 수련원에서 지켜봤던 분의 서원식이기에 진정으로 축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녀님의 부모님께서 봉헌하시는 시간부터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할 수 없이 받은 ‘장애아의 엄마로서의 삶’이 ‘수도자의 삶’과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때였기에 더욱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온 존재를 다 바쳐서 사는 삶. 정상인이라는 우리들은 자신의 삶을 인식하며 살기에는 너무 기능이 좋아 놓치는 것이 참 많다. 그러나 내 아이 뿐 아니라 기쁨터에서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이 아이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 살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지 무엇이든 빨리하고 효율적으로만 사는데 익숙해진 우리들이 그들의 방법과 속도를 무시하고, 그들이 온 존재로 하는 말을 듣기 힘들어할 뿐이다.
사는 방법에는 참으로 여러 가지가 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을 버리고, 존재를 바쳐 어둡고 가난한 곳에 머물고 계시는 분들의 하루하루가 바래지 않는 기쁨으로 채워지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그런 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허락하셨던 하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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