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과 18일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이 ‘아시아 교회의 리더십-고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며’를 주제로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후, 그의 삶과 신앙을 학문적으로 재조명하는 대규모 국제 학술대회가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더 데레사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경우, 선종 직후부터 활발한 신학적 재조명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김수환 추기경은 감정적 추모 열기에서 몇 발짝 못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점에서 이번에 서강대 신학대학원이 마련한 국제 학술심포지엄은 김 추기경 추모 열기를 한 단계 승화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학문적 접근이 이뤄져야 김 추기경의 삶과 영성을 보다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 추기경의 삶과 사상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개되어 있다. 문제는 그 삶과 사상들이 조각으로 세상에 떠돌아다닌다는데 있다. 이제 그 조각들을 모으고 틀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김 추기경은 늘 성체성사의 신비를 묵상했으며, 토착화를 이야기했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했다. 타 종교인들을 향해 마음을 열었고, 죄를 지은 자들과 화해했다. 이러한 우리의 기억들은 이제, 시대 징표에 대한 교회의 창의적 응답으로서 교회 안에서 등장하는 신학 및 영성의 흐름들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무엇보다도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과 삶을 재조명하는 작업은 김수환 추기경 스스로를 위한 일이 아니다. 이 시대가 김 추기경의 영성과 삶을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어려울 때마다 뛰어난 영성가들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배웠다. 눈앞에 보물을 보고도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된다.
게다가 김 추기경의 영성과 삶은 단순히 교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풀 죽어 있는 현 한국사회에 새로운 영양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물질주의와 편향적 실용주의로는 이 사회를 바로 세울 수 없다. 진정한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창조주의 명령이자 동시에, 김 추기경은 나눔과 화해, 사랑이라는 유산을 남겼다. 우리는 김 추기경으로부터 세상과 함께하는 신앙도 배웠다. 우리는 이제 그 유산과 신앙을 소중하게 갈고 닦아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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