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보자. 신앙생활이 행복해 진다.
사람들은 흔히 선후(先後)관계를 인과(因果)관계로 착각한다. 앞서 일어난 일이 반드시 뒤에 일어난 일의 원인인 것은 아니다. 초를 켠 후 집에 불이 났다고 해서 화재의 원인이 반드시 촛불에 있는 것은 아니다.
죄를 지은 직후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았다고 해서, 벌의 원인이 반드시 그 죄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벌과 그로인한 고통은 반드시 징벌적 성격을 띠지 않는다. 영광에 이르는 도구일 수도 있다. 우리는 묵주기도를 할 때 고통의 신비를 먼저 묵상하고 그 다음으로 영광의 신비를 묵상한다.
사람들은 흔히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 은총과 복(福)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렸다. 이미 은총을 듬뿍 받았기 때문에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것이다. 선행의 결과로 은총과 복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은총과 복을 충만히 받았기에 선행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봉사 활동 다녀왔다”고 한다. 사목회, 레지오 마리애, 꾸르실료, 성가대, 사회복지분과 등에 속해 일할 때도 “성당에서 봉사활동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 대부분은 “고생하십니다”라는 본당 신부님의 말 한마디 듣지 않으면 마음 상해 한다. 봉사를 한다면서도 남이 알아주길 원한다. 격려라는 대가를 원한다. “나는 봉사한다”보다 “나는 보속한다”가 적절하다. 보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이 알아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즐겁다.
사람들은 흔히 본당이 활성화 되려면 훌륭한 신부님이 오셔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학업의 성취는 스승의 자질보다는 배우는 학생의 자질에 더 크게 좌우되는 법이다. 본당 활성화도 가르치는 쪽의 자질보다는 배우는 쪽의 자질에 좌우되는 경향이 더 크다.
사람들은 흔히 ‘다른 사람을 냉철히 비난하는 사람은 정의롭고 올바른 사람’이라고 가정한다. 다른 사람에게 “일 못한다”고 계속 지적하는 사람은 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돈에 팔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사람이 어떤 인간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법이다.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을 비난했을 때, 그 비난의 내용은 비난당하는 쪽보다 비난하는 쪽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교구 단체나 본당 사목회에서 종종 본다.
다르게 보자. 자신의 생각 안에서만 머물고 판단하고 행동한다면 그것은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신앙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비움’을 의미한다. 비우면 다르게 보인다. 삶이 바뀐다. ‘정의’라는 단어 자체는 완벽하지만, 그 정의를 실천하고 적용하는 인간은 나약하다. 그렇다면 겸손해야 한다.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사건 앞에선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세상 모든 이를 향한 공정함과 온화함을 잃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다르게 보자. 아집과 고집에서 벗어나자.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며 꾸준히 정진하자. 가식 없는 웃음, 엄격하지 않는 신중함, 비굴하지 않는 친절함, 대가를 원하지 않는 배려, 겉치레가 아닌 공정함, 과시하지 않는 의연함, 자만하지 않는 정의로움을 성취해 내야 한다. 이는 은총 안에서의 꾸준한 영적 진보와 정신적 성숙을 통해 가능하다. 출발점은 겸손이다.
앞만 보고 무리하게 달려왔다면 이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좌우로 돌려 보자. 다르게 보자. 삶이 행복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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