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새벽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박상열(레오·67) 씨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귀가하려고 택시를 탔다. 하지만 의사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택시잡기가 쉽지 않았던 박 씨는 그래서 남대문경찰서를 찾았다. 경찰관에게 자필로 쓴 메모로 도움을 청했지만 술 취한 노숙자로 여긴 경찰관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박 씨를 폭행했다. 박 씨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이번 사건이 믿기지 않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될 경찰이 정반대의 태도를 취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경찰 측은 이번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박 씨 가족들에게는 지나가는 행인이 신고해서 박 씨의 폭행 사실을 안 것처럼 속이기까지 했다.
경찰 측이 은폐하려던 이번 사건은 가족들의 항의와 요구로 서서히 ‘사실’이 밝혀졌다. 뒤늦게 CCTV도 공개됐다. CCTV에는 박 씨가 종이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메모하는 장면과 강모 경장이 그를 밀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경찰은 현재 이 사건을 재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을 보고 우려스러운 점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불감증이 어느새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술 취한 사람에게 당하는 것에 노이로제에 걸려 있어 그냥 좀 신경질이 나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평소 장애인에 대한 작은 배려만 있었어도 이번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장애인의 고충을 먼 남의 일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은 장애인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메말라 있다는 증거다. 이 사회에 소외된 이들을 위한 배려의 문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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