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두 번째로 맞이하는 군인주일이다. 군인주일은 특별히 군대에 있는 군인 신자들과 군사목을 하는 군종사제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다.
군대는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거쳐야 하는 곳이다. 젊은 시절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군대가 신앙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곳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편안한 집을 떠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낯선 환경 속에서 보통은 정신과 육체가 지치고 힘들어진다. 이러한 때 지나온 자신의 삶과 신앙에 대해 깊은 통찰은 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가족과 공동체, 국가에 대해서도 새로운 눈을 뜨게 되는 때가 군복무 시절이다.
엄격한 규율과 절도를 필요로 하는 군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위로가 되는 것은 종교다.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모든 종교들이 군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다가서는 이유도 군복무 경험이 앞으로의 삶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방황하기 쉬운 군인 신자들을 사목하는 군종신부들 역시 일반 본당에 비하면 열악한 여건에 처해 있기는 매한가지다. 군종신부들은 사제이면서도, 군이라는 특수한 여건 속에서 때로는 수도자, 사무장, 관리인 역할까지 하며 혼자서 여러 몫을 책임져야 할 때가 적지 않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군사목 영역은 여전히 인적 자원은 물론이고 물적 자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우리 가톨릭교회의 현실이다. 굳이 타 종교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직·간접적으로 군생활을 체험해본 이들이라면 군에 대한 관심 여하에 따라 선교는 물론 한 종교의 미래까지 좌우되는 현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올해 교구 설립 20주년을 보내고 있는 군종교구는 지난 9월 교구의 오랜 숙원이기도 한 논산 육군훈련소 성당을 새로이 건립해 봉헌함으로써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하나의 발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아직도 군사목 영역에는 생각지도 못할 역경과 어려움들이 산재해 있다. 우리들이 지니는 조그만 관심이 아직도 그늘에 놓여 있는 군사목의 사각지대를 비추는 촛불을 될 수 있음을 깨닫고 군사목에 지속적인 기도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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