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은 사형제를 완전히 폐지한 유럽 국가들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가 정한 ‘세계 사형폐지의 날’이다. 천주교회를 비롯한 종교계와 시민단체 회원 등 뜻을 지닌 이들은 올해 특별히 이날을 전후한 기간을 처음으로 ‘사형폐지주간’으로 정해 생명 문화 확산의 의지를 다졌다.
국제 앰네스티는 10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국가를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수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후 10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세계에서 132번째로 사형폐지국가 대열에 들어선 바 있다. 우리나라가 사형폐지국가가 된 후로도 사형제를 폐지하는 나라가 꾸준히 늘고 있어 사형폐지가 뚜렷한 시대적 추세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과는 무관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정권 교체와 일련의 흉악범죄 등으로 사형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한국 주교단을 비롯한 10만여 신자들의 서명이 담긴 사형제 폐지 입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또 때를 같이해 국회의원 53명이 함께 발의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과제인 사형제 폐지를 위한 구체적 입법 절차가 시작됐다. 알려진 대로 국회 차원에서 사형폐지 특별법안이 제출되기는 지난 제15대 국회를 시작으로 18대 국회까지 이번이 네 번째다.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의 주요한 근거는 흉악범죄 예방 효과다. 그러나 사형 선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력범죄는 줄지 않는데다 갈수록 흉포해지는 실정이다. 사형제가 갖는 범죄 억지력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살인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국가가 사형을 통해 생명을 박탈하는 것 또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아무리 훌륭한 사법제도라 해도 오판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사형제 폐지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준다.
이제 ‘사실상 사형폐지국’을 넘어서 법적으로도 완전한 사형폐지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다. 인간의 생명권은 인간 존엄성과 분리할 수 없는 기본권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사형제 폐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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