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 서 있는 한국 교회의 모색을 보여주는 주교회의 2009년 추계 정기총회가 폐막했다. 주교회의 총회 결과는 교회가 딛고 선 지형과 그 지형으로부터 파생되는 고민의 현재는 물론 비전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번 주교회의 총회 결과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생명 문제와 관련한 일련의 결정들이다. 주교단은 이번 총회를 통해 교회 안팎의 생명운동을 선도하고 있는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운동본부의 한 부서로 ‘가톨릭 장기기증 전국 네트워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월 김수환 추기경 선종을 계기로 활발해진 장기기증 운동을 활성화하고 생명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일궈나가겠다는 주교단의 의지로 읽힌다.
그간 교회 차원의 생명과 관련한 모색과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각 교구나 단체 등이 중심이 돼 이뤄져오면서 산발적이고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주교회의 총회 결정으로 한국 교회 차원의 움직임이 전국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띠게 돼 교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주교단은 이번 총회에서,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가 제출한 계획을 받아들여 2010년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청주교구 음성 꽃동네에서 제1차 전국 생명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각 교구에서 생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담당 사제와 수도자 등 관계자는 물론 전국의 신자들이 함께할 생명대회는 ‘한국 교회에서의 생명운동,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려 생명 운동의 현재를 돌아보고 새로운 전망을 내오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한국 교회가 전체 주교단이 함께하는 정기총회 자리를 통해 생명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에서 생명을 대하는 자세와 드러나는 현실이 비복음적이고 비그리스도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모든 생명은 창조주이신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됐고 따라서 그 시작과 끝도 주님께로 향한다는 것을 믿는 신자라면 생명을 살리는 일이 이 시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징표임을 깨닫고 그 길에 한마음으로 함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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